“WHO 기준 밑도는 신체활동”…질병청, 만성질환·정신건강 우려 커져
우리나라 성인 중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비율이 선진국을 포함한 195개국 중 191위로 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대도시 거주자, 고령층 등 취약 집단의 신체활동 실천이 특히 저조해 만성질환과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일부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꼴찌 수준의 활동률로 ‘질병예방 경쟁력’에서도 격차가 커지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은 10일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 상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달리기, 축구 같은 고강도 신체활동을 주 3회 20분 이상, 배드민턴이나 수영 등 중강도 활동을 주 5회 30분 이상 실천하는 비율을 측정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률은 26.6%로 나타났으며, 이는 WHO가 집계한 195개국 중 191번째에 해당한다. 세계 평균 신체활동 부족률은 31.3%지만, 한국은 58.06%로 1.9배에 달하는 수치다.

기술적으로 분석하면,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산출은 매년 전국 단위 지역사회조사에서 직업 활동, 여가, 교통 등 다양한 신체활동 데이터를 통합·정량화해 도출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각 광역단체별 추이와 연령·성별·직업군 영향까지 세분화해 분석했다. 2021년 19.7%까지 떨어졌던 실천률은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점차 회복, 2022년 23.5%, 2023년 25.1%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국내 전체 평균을 밑도는 집단은 여성, 대도시민, 만성질환 및 우울감 경험자, 70대 이상 고령층 등이다. 남성(30.2%)의 실천률은 여성(19.5%)보다 10.7%p 높았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20대가 32.3%로 활발한 반면, 70대 이상은 13.8%에 불과했다. 광역자치단체별로도 회복세의 온도차가 확인된다. 세종과 울산, 충북 등 12개 시·도는 2021년보다 10%p 내외로 실천률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광주 등 5개 지역은 4년간 정체되거나 소폭 증가에 그쳤다. 도시권의 낮은 실천률은 교통·주거환경, 좌식 직업군 비중 등 구조적 한계가 복합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신체적 노화나 질환, 정신건강 상태에 따른 격차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고혈압·당뇨병 진단군의 실천률은 19.6%에 머물러 비진단군(26.8%)보다 7.2%p 낮았다. 또 우울 증상 집단은 17.3%로, 무증상 집단에 비해 8%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노년층은 고강도 운동 실천보다 걷기 등 저강도 활동 비중이 높았다. 60대는 걷기 실천률이 57%, 70대 이상은 50.6%로 조사됐다.
글로벌 비교에서도 한국은 활동 부족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2022년 기준 말라위(2.7%)·앙골라(6.7%) 등 농업국가가 상위권인 데 비해, 아랍에미리트(66.1%)·쿠웨이트(61%) 등과 함께 최하위권에 속했다. 선진국군에 진입한 고소득 국가 중 가장 낮은 신체활동 수준이라는 게 WHO의 평가다.
국내에서는 최근 건강보험·공공 스포츠시설 정책 등 인프라 확충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규제 개선 및 실질적 참여 촉진 방안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은 만성질환, 정신건강 문제를 미연에 줄이기 위해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과 근육강화 운동의 생활화를 주문했다. 등산, 자전거 타기, 팀 스포츠 등이 대표적 예로 제시됐다.
지영미 청장은 “우리나라 성인의 신체활동 부족률이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하는 것은 심각한 경고 신호”라며 “가벼운 움직임부터 숨이 찰 정도의 운동으로까지 일상의 활동을 꾸준히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만성질환 예방과 정신건강 향상, 글로벌 건강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체활동 증진정책의 정교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정부 발표가 신체활동 습관의 구조적 한계 해결 및 국민 건강 증진에 어떤 실질 변화를 촉진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