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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시선 따라 미궁 속으로”…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절규와 눈물→24년 한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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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시선 따라 미궁 속으로”…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절규와 눈물→24년 한의 무게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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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머물러 있던 하나의 단어가 그날이 되고, 시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표창원은 역대 최악의 군 미제 사건으로 남은 염순덕 상사 피살의 진실을 좇았다. 염 상사가 남긴 가족의 시간은 한겨울밤에 멈췄고, 표창원은 자신의 부친의 장면과 겹쳐진 희생의 그림자를 덧입으며 24년을 따라 걸었다. 회식이 끝난 새벽, 홀로 돌아가던 염 상사가 변을 당했을 때 주어진 것은 석연찮은 단서와 망가진 명예,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의 오랜 한이었다.

 

방송은 표창원의 집요한 시선으로 군 간부 회식 이후의 미묘한 흐름을 따라간다. 염 상사와 함께했던 홍 준위, 기무부대원들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되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몽둥이와 남겨진 현금, 진술의 혼란이 안개처럼 얽혔다. 뺑소니인지, 강도살인인지조차 명확해지지 않은 사건 경과에 가족은 무방비로 내몰렸고, 수사 과정의 혼란과 무책임이 남겨진 이들의 상처를 헤집었다. 무엇보다 유족에게 되돌아온 것은 진상이 아닌 주거지 퇴거 조치, 직무와 무관하다는 냉정한 진단뿐이었다.

“역대 최악 미제 사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표창원, 염 상사 피살 진실 추적→유족의 오랜 한에 닿다 / SBS
“역대 최악 미제 사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표창원, 염 상사 피살 진실 추적→유족의 오랜 한에 닿다 / SBS

표창원은 스스로 “내 인생의 숙제”라고 밝힐 만큼 사건의 심연을 파고든다. 사건 당시 용의자로 거론됐던 군 간부 홍 준위, 그리고 드럼통을 언급하며 숨어 있던 진실의 파편이 무심하게 튀어나오는 순간이 포착됐다. 2016년 재조사에서도 DNA 감정과 알리바이 공방, 증거 조작 의혹은 풀리지 않은 채, 가해와 피해의 경계는 흐릿해져 버렸다. 리스너로 참여한 강승윤, 장도연, 옥자연 역시 참담한 상황 앞에 말을 잇지 못하고 북받치는 눈물을 보였다.

 

희미했던 실마리는 염 상사의 플로피디스크 복원에서 전환점을 맞는다. 오랜 상부 지시 아래 유류 관리와 관련된 강압, 기름 유용 정황이 다시금 드러나며, 이전의 모든 진술과 판단에 새로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러나 용의자들의 자살, 증거의 파손 등으로 인해 실체에 가까워지려는 의지는 번번이 꺾였다. 하지만 표창원과 제작진은 4개월여의 노력 끝에 새로운 증언과 자료를 모으며 다시 한 번 염 상사의 명예와 유가족의 아픔을 세상 밖으로 내세웠다.

 

가장 뼈아픈 순간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된 염 상사의 미소가 유가족에게 전달되던 날이었다. 복원의 사진 한 장에 담긴 24년의 슬픔은 말할 수 없는 무게로 시청자와 리스너의 마음을 울렸다. 방송이 끝난 뒤 각종 SNS에서는 “진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며 분노와 안타까움을 쏟아내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각자의 기억과 아픔이 공명하는 울림으로 남았다. 진실에 다가서는 여정을 멈추지 않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누군가의 생과 기억이 시청자와 함께 흐르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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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염순덕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