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대마 포획”…목진석, 이창호 잡고 시니어 바둑 정상→울산의 밤 빛났다
촉촉한 긴장감이 흐르던 울산 종하이노베이션센터에선 한 수 한 수가 치열한 승부를 가르는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바둑판을 둘러싼 앉은 자리마다 침묵이 깃들었고, 팬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숨을 죽인 채 집중했다. 166수 만에 결과가 갈렸다. 목진석이 흑 대마를 완벽히 포획하며 이창호를 상대로 백 불계승을 거두고, 울산광역시장배 프로시니어최강전 왕좌에 올랐다.
2025 울산광역시장배 프로시니어최강전 결승 대국은 9월 14일 울산 종하이노베이션센터에서 개최됐다. 만 45세 이상의 프로기사들에게만 주어진 무대에서, 목진석과 이창호 두 베테랑의 맞대결은 경기 내내 팽팽하게 이어졌다. 신중하고 치밀한 수 싸움으로 시작된 판은 중반 중앙 전투에 접어들며 점차 격렬해졌다. 목진석은 상대의 결정적 실수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수로 흑 대마를 포획, 그 순간 기록은 백의 불계승으로 남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목진석은 16강에서 이성재, 8강에서 서봉수, 4강에서 최명훈을 차례로 제압하며 결승 무대를 밟았다. 특히 준결승에서는 최명훈과의 반집 승부 끝에 극적으로 결승행을 확정했다. 결승 직후 목진석은 “준결승에서 끝까지 진 바둑을 이겨서 결승은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존경하는 이창호 선배와 대국해 영광이며, 현장에 찾아온 많은 바둑 팬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목진석은 지난 6월 신안 월드바둑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이번 울산시장배까지 연속으로 시니어 대회 정상에 오르며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이창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준우승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2,5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모든 대국은 각자 30분에 초읽기 40초 3회로 진행됐다.
남루한 일상 끝에서 손끝으로 이어진 집중, 경기를 지켜본 이들에게는 승부의 냉정함과 함께 시니어 기사들의 묵직한 열정이 긴 파문을 남겼다. 울산광역시장배 프로시니어최강전의 여운은 바둑 팬들의 밤을 조용히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