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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해양경계 대화 복원 필요"...김진아, 국제해양법 질서 속 협력 강조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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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경계와 자원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누적된 가운데 한국 외교 당국이 일본과의 해양 대화 복원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유엔해양법협약을 중심에 둔 국제 규범 질서 속에서 한일 간 경계 문제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올려야 한다는 인식이 공식 발언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제10회 해양법 국제학술회의 첫날 개회식 환영사에서 일본과의 해양경계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외교부가 주최하고 국제해양법재판소와 대한국제법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김진아 2차관은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해양 권원이 중첩되는 현실을 언급하며 국제법에 기반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해양경계획정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 뒤 "일본과도 유엔해양법협약 체제 속에서 해양경계문제 등에 대한 대화를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해양 경계를 정하기 위한 해양경계획정 국장급 회담을 매년 열고 있다.

 

반면 일본과의 해양경계 관련 회담은 2010년부터 멈춰 있다.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관계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해양 현안 협의 채널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김진아 2차관의 이번 언급은 한일 간 해양경계 협상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는 정부 내부 인식을 대외적으로 드러낸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일본 정부가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 이른바 JDZ 협정의 종료를 일방적으로 선언할 수 있게 된 시점이 지난 6월부로 도래한 상황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협정 시한 문제로 해양 질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경계획정을 포함한 포괄적 해양 대화 복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진아 2차관은 유엔해양법협약의 의미를 강조하며 한반도 주변 수역 관리 원칙도 제시했다. 그는 "유엔해양법협약이 한국의 해양관계를 규율하는 필수적 규범 틀로서 이웃 국가들과 해양 권원이 중첩된 한반도 주변수역 상황에서는 협력과 상호이해 및 국제법에 기반한 해결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해양경계, 자원 개발, 환경 보호 등 여러 사안을 개별 분쟁이 아닌 국제 규범 틀 안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번 학술회의 개회사에서 박병도 대한국제법학회장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설립된 주요 해양법 기구들의 역할을 환기했다. 그는 국제해양법재판소와 국제해저기구, 대륙붕한계위원회가 새로운 해양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상기하며,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해양 자원 관리의 제도적 틀을 강조했다.

 

토마스 하이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소장도 기조연설을 통해 제도적 협력과 법적 해석의 명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진화하는 해양 문제에 대응하려면 해양법 기구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앞으로 보다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 경계, 해수면 상승, 심해저 자원 개발 등에서 재판소의 판단과 권고가 각국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올해 해양법 국제학술회의는 제10주년을 맞아 유엔해양법협약과 해양법 기구의 역할 확대를 주제로 열렸다. 국내외 국제법 전문가 27명이 참여해 해양에서의 기후변화 대응, 해양경계획정에 관한 쟁점, 해양법 기구 간 협력 증진 방안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특히 기후위기가 해양 생태계와 영해·배타적경제수역 범위 논쟁에 미치는 영향, 심해저 자원 개발 규범 확립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유엔해양법협약 체제를 존중하는 중견 해양국 이미지를 부각하는 한편, 한중·한일 등 주변국과의 해양 현안 관리에서도 국제법 중심 접근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향후 한중 해양경계 협상을 지속하는 동시에 일본과의 대화 채널 복원 시점과 방식도 검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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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외교부#국제해양법재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