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누리호, 27일 0시55분 발사…국산 발사체 신뢰도 시험대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네 번째 도전에 나선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하는 이번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의 반복 발사 능력과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발사 시점까지 기상과 우주환경, 우주 물체 충돌 위험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발사 신뢰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누리호의 이번 임무가 향후 한국형 위성 발사 서비스 산업화와 차세대 발사체 개발 로드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26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누리호 4차 발사 시각을 11월 27일 0시55분으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발사관리위원회는 같은 날 오후 7시30분 회의를 열고 기술적 준비 상황, 기상 조건, 우주환경, 우주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해 발사 강행 여부를 결정했다. 발사관리위는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목표 궤도에 투입하는 것을 최우선 임무로 설정하고, 발사체와 지상 시스템 전반의 상태를 점검했다.

윤 청장은 기술 준비 상황에 대해 오후 6시45분 발사 관제 장비 운용을 시작한 뒤 오후 7시25분부터 추진제 공급계 점검과 상온 헬륨 충전을 진행하는 등 발사 준비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추진제 공급계는 발사체 연료와 산화제를 각 단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계통으로, 센서 이상이나 압력 변동이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발사가 중단된다. 이번 점검을 통해 탱크 압력, 밸브 동작, 계측 장비 응답 등이 기준값을 충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 조건도 발사 요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윤 청장은 온도, 강수, 지상풍, 고층풍, 낙뢰 위험을 종합 검토한 결과 발사 시각 기준 구름이 거의 없는 맑은 기상이 예상되고 강수 확률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발사체 비행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고층풍은 속도와 방향이 허용 범위 안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발사체는 상승 과정에서 강한 측풍을 만나면 자세 제어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고도별 풍속 프로파일이 발사 가능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우주환경 분석 결과도 발사를 제약할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국은 태양 흑점 활동, 태양 플레어로 인한 전자기 폭풍, 고에너지 태양입자 유입, 지자기 교란 등을 확인한 뒤 태양 활동이 발사와 위성 초기 운용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고에너지 입자 증가는 발사체와 위성의 전자 장비에 오류를 유발할 수 있어, 최근 글로벌 발사체 운용에서 필수적으로 반영되는 변수다. 동시에 지상 레이더와 궤도 분석 시스템을 통해 발사 궤적 인근 우주 물체 밀집도를 점검한 결과, 발사체와 충돌 위험이 있는 우주 파편이나 기타 인공위성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발사 준비 일정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운용 당국은 26일 오후 11시25분경 누리호에 연료 충전을 완료하고, 11시55분경 산화제 충전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연료와 산화제는 액체 추진계의 성능과 직결되는 요소로, 온도 관리와 충전 속도 제어가 중요하다. 충전이 끝난 뒤에는 누설 여부와 탱크 압력 안정성 등을 다시 점검해 발사 직전까지 계통을 유지한다. 이어 27일 0시45분, 발사 10분 전부터 누리호는 발사 자동운용 모드로 전환된다. 자동운용 모드는 발사대 컴퓨터가 점화 시점까지 수십 개에 이르는 체크리스트를 초단위로 점검·통제하는 단계로, 이상 징후가 하나라도 발견되면 발사가 자동 중단될 수 있다.
이번 발사의 성공 여부는 누리호에 실린 13기 위성이 목표 고도에서 차례로 분리되는지에 달렸다.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포함해 총 13기의 위성이 목표 궤도인 약 600킬로미터에 진입해야 한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향후 지구 관측, 국토 관리, 재난 모니터링 등 다양한 공공·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예정으로, 계획된 궤도에 정확히 안착해야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탑재된 소형 위성 12기도 예정된 시간 간격과 방향에 맞춰 순차 분리돼야 발사체 성능과 분리 메커니즘의 신뢰도가 확인된다.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자체 개발한 액체발사체를 통해 복수의 실용급 위성을 한 번에 투입하는 능력을 다시 한번 검증하게 된다. 이는 향후 기상, 통신, 정찰, 지구관측 등 다양한 임무 위성을 국내 발사체로 올릴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민간 우주발사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어, 반복 발사 실적과 위성 탑재 능력은 상업 수주와 국제 협력에서 중요한 신뢰 지표로 작용한다.
윤 청장은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협력해 발사 마지막 순간까지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연구계에서는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할 경우 한국형 발사체 기술의 안정성 검증과 함께, 향후 차세대 발사체 개발 및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 확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반복 발사 경험 축적과 정밀 궤도 투입 능력 확보가 실제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