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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병 속 투명액체”…식약처, 마약 원료 관리 강화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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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병 속 투명액체”…식약처, 마약 원료 관리 강화 시동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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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등 합성마약 제조에 쓰이는 원료물질의 국내 유통 통제가 강화된다. 최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이 적발한 사례에서 보듯, 중국 국적 남성 A씨는 평범하게 보이는 프랑스산 와인병 6개에 필로폰 제조용 투명액체를 담아 입국, 현장에서 무려 5.6kg(약 18만6000명 동시투약 분량)에 달하는 마약을 만들어내는 등 정교한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제조에 쓰일 수 있지만 합성 전까지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는 원료물질이 법망을 활용해 밀반입되는 실태가 산업 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원료물질에 대한 통제 필요성은 지난 1979년 미국 DEA의 콜롬비아 코카인 제조실 압수에서 에테르 등 산업용 화학물질이 마약 제조에 전용된 사실이 드러나며 최초 제기됐다. 이후 1988년 비엔나 UN 총회에서는 '마약 및 향정신성물질 불법거래 방지 유엔협약'이 채택돼, 원료물질의 제조-유통-국제무역 전 과정을 면허제 및 라벨링 등으로 엄격히 관리하는 국제규범이 형성됐다. 우리나라도 1999년 기준 협약에 정식 가입하며 식약처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국내 법령 상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원료물질의 수출입·제조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 법적 처벌을 적용받는다. 원료물질 취급자는 모든 거래 내역을 2년간 보관해야 하고, 현재 48개 성분(염류 포함)이 관리 대상이다. 2023년 기준 원료물질 수입 승인 건수는 1793건, 지난해 1827건으로 집계돼 산업용 수요 역시 상승세다. 

 

특히 국제적으로는 유엔마약위원회(CND) 및 국제마약통제단(INCB) 등 다각적 통제 기구가 운영되며, 각국에 정기적 관리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약처가 전자민원 플랫폼 등을 통해 허가 및 거래 보고 체계를 고도화 중인 한편, 향후 비정상적 대량 구매자에 대한 모니터링, 반복 구매패턴 관리 등 구매자 실명 기반 추적 시스템 도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불법 제조를 원천 차단하려면 마약 자체만이 아니라 원료물질 단계부터 실효적 관리가 필수”라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번 식약처 움직임이 실제 시장안전망 구축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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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마약원료#국제유엔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