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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지갑이 카드까지 묶는다”…삼성 하나카드와 글로벌 결제 강화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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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지갑 플랫폼이 결제와 신분증 기능까지 통합하며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하나카드와 손잡고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월렛에 특화된 트래블 제휴카드와 모바일 학생증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하면서다. 여행 결제와 캠퍼스 생활이라는 일상 영역 전반에서 스마트폰 기반 인증과 결제가 결합되는 구조로,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의 협력 경쟁이 한층 가속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가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국산 플랫폼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하나카드와 18일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삼성월렛 서비스 제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채원철 삼성전자 디지털월렛팀장과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이사가 참석해 모바일 결제 경쟁력 강화와 상호 성장을 목표로 하는 협력 방안을 공식화했다. 양사는 삼성월렛 내에 하나카드 기반 트래블 제휴카드를 발행하고, 하나카드와 제휴된 대학교의 모바일 학생증을 삼성월렛에 탑재하는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삼성월렛을 단순 결제 수단이 아닌 금융·생활 서비스 허브로 확장하는 데 있다. 첫 번째 축인 트래블 제휴카드는 해외 결제에 최적화된 혜택을 담아 출시될 예정으로, 해당 카드로 결제할 경우 삼성월렛 포인트 적립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바일 지갑 앱에 카드와 포인트, 결제 이력을 통합해 이용자가 여러 앱과 실물 카드를 오가던 번거로움을 줄이고, 해외 오프라인 결제에서도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특화 혜택을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노리는 포석으로 보인다.  

 

두 번째 축은 모바일 신분증과 결제 기능의 결합이다. 양사는 삼성월렛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에 하나카드 제휴 대학교의 학생증을 등록하는 기능을 구축할 계획이다. 학생이 삼성월렛에 모바일 학생증을 등록하면 교내 출입 게이트 통과, 도서관과 열람실 이용, 체크카드 기반 결제 등을 실물 카드 없이 처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근거리무선통신, 바코드, QR 인증 등 다양한 방식이 접목될 수 있어 캠퍼스 전반의 출입 통제와 결제 시스템을 통합하는 디지털 캠퍼스 인프라로 진화할 여지가 크다. 학생 입장에서는 실물 카드 분실 위험이 줄어들고, 카드 재발급에 따른 시간·비용 부담도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 지갑은 이미 결제와 교통, 신분증, 티켓을 묶는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신용카드사, 항공사, 대학 등과 연동 범위를 확대하며 이용자를 자사 생태계에 고착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하나카드와 전용 트래블 카드와 학생증 통합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산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 지갑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카드사 입장에서도 자체 앱을 넘어 제조사 지갑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장하고, 해외 오프라인 결제 영역에서 브랜드 노출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국내 금융 규제 환경은 아직 신분증과 결제 기능의 완전한 통합에 다층적인 보안·인증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기술 구현뿐 아니라 제도적 검증이 병행돼야 한다. 모바일 학생증과 같은 디지털 신분증은 개인정보 보호와 분실 시 원격 비활성화 기능, 다단계 인증 체계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기기 내 보안 영역과 생체인증 기술, 하나카드의 결제 시스템이 결합될 경우 보안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업계에서는 향후 금융당국과 교육기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바일 학생증과 결제 수단의 연동 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채원철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번 협력을 통해 해외에서도 간편한 결제 경험을 제공하고 학교 생활 편의성을 강화하는 한편, 삼성월렛 포인트를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이사는 모바일 기기와 전통 금융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로 해외 결제부터 국내 결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최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제휴를 출발점으로 삼성월렛을 기반으로 한 추가 금융·생활 서비스 발굴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중심 대학가에서 모바일 학생증 도입이 확대되고, 해외 결제 비중이 높은 젊은 고객층이 삼성월렛 트래블 카드를 선택할 경우 다른 카드사와 빅테크 플랫폼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산업계는 이번 협력이 실제 이용자 기반 확대와 글로벌 가맹점 네트워크 확충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으며, 모바일 지갑을 둘러싼 제조사와 금융사의 전략 제휴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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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삼성월렛#하나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