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최소보장 50% 목표"…김윤덕 국토장관, 재정당국 설득 나선다
전세사기 피해 보상 수준을 둘러싼 갈등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가 맞붙었다. 전세사기 최소보장제와 추가 주택공급 대책, 인천국제공항 보안 논란까지 겹치며 국토교통 정책 전반이 정국의 한복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와 관련해 "최소 보장을 확실히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질의한 전세사기 최소보장제에 대한 답변에서 "액수와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며 "현재 법안이 최소보장비율 30%도 있고, 50%도 있는데, 50%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특히 재정당국과의 협의를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업무보고 과정에서 지시한 사항이기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의지를 갖고 재정 당국과 협의를 하는 것이 핵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획재정부와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세사기 피해 규모와 재정 여력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전세사기 최소보장제는 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의 최소 3분의 1을 회복하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관련 입법이 추진 중이지만, 피해자별 회복률 차이가 커 형평성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일부 피해자는 보증금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한 반면, 다른 사례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회수율을 보이면서 지원 기준을 둘러싼 불만이 누적된 상황이다.
정책 논의에는 청와대 역할도 겹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 방식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전세사기 피해 구제 법안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 같은 선 구제 후 구상 방식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그러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이른바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개정안은 최종 폐기됐다. 야당은 피해자 구제가 지연됐다며 공세를 이어왔고, 여권은 재정 부담과 도덕적 해이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택공급 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추가 공급 대책 발표 시점을 묻는 질의에 김 장관은 "공급 문제는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추가 공급 대책 발표를 좀 늦출 생각도 있다"고 답했다. 시점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정책 신뢰 확보를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와의 조율 상황에 대해 그는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며 "서울시에서 요구한 것들은 적극적으로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가지 쟁점 사항에 대해 가능한 한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도록 실장급 논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지 선정, 개발 방식, 재원 조달 등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물밑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정부는 지난 9월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착공하는 내용의 9·7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추가 대규모 공급 방안을 준비해 왔다. 노후 청사 재건축, 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됐다가 표류한 서울 도심 유휴부지 활용 방안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애초 추가 공급 대책 발표 시점은 연말로 전망됐지만, 이날 김 장관의 발언과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초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공급 계획의 규모와 입지에 따라 수도권 부동산 시장과 내년 정치 일정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국토위원회에서는 인천국제공항 보안 논란도 다뤄졌다. 김 장관은 최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 대해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시정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학재 사장에게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이 사장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자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질타하면서 공항 보안체계 전반에 대한 논란이 확산됐다.
이후 이학재 사장은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책갈피 달러 검색 여부를 언급하며 "인천공항을 30년 다닌 직원들도 보안 검색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내용"이라며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라고 적었다. 대통령 발언과 보안 현실을 둘러싼 해명 과정에서 불필요한 혼선과 오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장관은 이 사장의 입장과 별개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이 문제는 본래 관세청 업무인 것은 맞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보안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인천공항공사가 이 업무에 대해 어떻게 해 왔는지에 대해 조사·감사를 진행해 추후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공사와 관세청, 국토교통부 간 업무 분장과 협력 체계에 대한 제도적 점검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전세사기 피해 구제와 수도권 주택공급, 공항 보안 문제를 놓고 치열한 질의를 이어갔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야 정치권이 맞물려 있는 만큼 향후 입법 논의와 추가 대책 발표 과정에서도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최소보장제 도입과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놓고 기획재정부, 서울시 등과의 협의를 이어가며, 조사·감사 결과와 구체적 대책을 추후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