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땅, 눈부신 퍼레이드”…탐라문화제로 본 제주의 시간과 삶, 사람들의 공감 속으로
제주를 걷다 보면 바람에 실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제주시 일도일동에서는 탐라문화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한때는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제주인의 뿌리와 지금을 잇는 일상이 됐다.
이 축제의 시작은 신들의 세계다. 탐라개벽신위제가 열리고 제주의 탄생 신화와 열림의식이 펼쳐지면 주민과 이방인은 모두 한자리에 선다. 거리에는 화려한 탐라퍼레이드 행렬이 이어지고, 무대에는 제주 무형유산이 오롯이 살아난다. SNS와 커뮤니티엔 직접 참여하거나 가족과 어린이 손을 잡고 체험에 나선 이들의 인증샷이 줄을 잇는다. 그만큼, 삶과 자연, 신화가 함께 숨 쉬는 축제를 만나는 순간을 누구나 기억하고 싶어 한다.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해마다 행사를 찾는 지역민과 방문객이 증가하고, 전통 놀이 체험과 예술전시는 참여율이 높다. 문화 이음마당과 탐라예술난장, KPOP 랜덤 플레이댄스처럼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무대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제주어 문학 경연 ‘ᄀᆞᆯ을락 쓸락’에서는 지역말과 세대의 언어가 교차하며, 제주의 문화적 유산이 다시 일상으로 스며드는 흐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이 축제의 본질을 ‘공동체의 회복’이라 부른다. 제주문화연구소의 송현정 연구자는 “신화적 상상력과 지역의 예술이 만날 때,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표현했다. 축제 곳곳에서는 제주의 여성, 어르신, 어린이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세대를 잇는 전통 놀이와 가족 체험활동이 풍성하게 펼쳐진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와 손잡고 자라는 마을을 걸으니 나 역시 다시 어릴 적으로 돌아간 느낌”, “탐라퍼레이드의 음악과 복식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고 경험을 공유하는 글들이 많았다. “이젠 여행객만의 축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제주의 시간”이라는 반응도 이어진다.
축제의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다. 신화와 현대가 어우러진 그 현장은, 제주의 고유한 문화 유산을 다시 일깨우는 동시에 우리 삶의 본질과 연결되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