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의료 외래 조기 적용”…서울대병원, 임종기 응급실 이용률 80%↓ 확인
완화의료 외래 서비스가 말기 암환자의 임종기 응급실 의존도를 줄이는 핵심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진행한 대규모 분석에서, 완화의료를 조기에 도입할 경우 마지막 1개월 동안의 응급실 방문율이 전국 평균 대비 4분의 1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료 현장에서 만성·말기 환자 관리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환자 맞춤형 돌봄 체계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정예설 교수 연구팀은 2018~2022년 완화의료 외래를 이용한 암환자 3560명을 대상으로 별도의 임종기(사망 전 1개월) 응급실 방문 행태를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완화의료 외래를 경험한 환자 중 전체 25%가, 임종기에는 10%만이 응급실을 찾았다. 이는 기존 암환자 임종기 응급실 이용률(45%)에 비해 80% 이상 낮은 수준이다. 특히 완화의료 외래를 ‘사망 직전’이 아니라, 질병 진행 초기에 받을수록 응급실 방문률이 더욱 낮아졌다.

완화의료는 기존의 ‘생명 연장’ 목적 치료와 달리, 통증·호흡곤란 등 증상 관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돌봄 목표와 예방법 교육 등 환자 개인의 삶의 질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외래 기반 서비스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망 전 1개월이 아니라, 2개월, 3개월 전처럼 더 일찍 완화의료 외래 서비스를 이용할수록 임종기 응급실 방문 비율은 16%씩 추가로 감소했다. 응급실 재방문률도 이와 함께 감소해, 불필요한 의료 이용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완화의료 외래에서 기존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환자의 절반 이상(51%)이 이를 새로 작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환자 스스로 치료 목표와 돌봄 방식을 사전에 결정, 예기치 않은 응급상황 시 의사의 개입보다 환자의 의지가 우선 반영될 수 있게 경로를 넓힌다는 점에서 임상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 변화가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조기 완화의료 도입이 증상 악화, 돌봄 공백, 비효율적 의료 이용 방지 등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에게 ‘예방적’ 이점을 제공함을 정량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장이 크다. 미국 등 의료 선진국에서도 2010년대 들어 완화의료 조기 적용 확대 논의가 지속돼왔지만, 국내서 암환자 대상 대규모 실데이터로 임상·관리 효용이 입증된 것은 처음이다.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및 상담 인프라 부족,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분절, 규범 및 급여체계 미흡 등이 제도적 과제로 남아 있지만, 연구책임자인 유신혜 교수는 “호스피스 제도 외에, 질병 과정 전반에서 완화의료 지원에 대한 사회·정책적 관심과 기반 확장이 필요하다”며 “진행암 환자가 사망 직전이 아니라 조기부터 증상 완화, 삶의 질 유지, 자기결정권 보장 등 다층적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 현장에서 완화의료 외래 기반 환자 케어 모델이 확산될 경우, 병원과 산업계, 보험·정책분야 전반에 의료자원 재분배, 의료비 감소, 환자 만족도 향상 등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의료시스템이 암, 만성질환 등에서 통합적 돌봄 패러다임을 중심축 삼아 전환할지 주목된다”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