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전방위 수사”…이명현 해병특검, 이종섭·국방부 등 10여곳 압수수색
해병대 채상병 사건을 둘러싼 수사방해 의혹이 다시 정치권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VIP 격노설'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자택과 국방부, 국가안보실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전격 착수했다. 대통령실 전현직 비서관 자택까지 방대한 범위로 진행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검팀은 10일 오전 서울과 경기 등지에서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법은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대통령실, 국방부의 은폐, 무마, 회유 등 불법 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며 “피의자들이 사용했던 국방부와 국가안보실 등 10여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의 자택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집무실도 포함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참모였던 임기훈, 이시원 전 비서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 시도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 발언을 근거로 ‘VIP 격노설’을 해병대에 전달한 인물로, 이시원 전 비서관은 채상병 사건 관련 기록 회수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됐다. 정 특검보는 “국방부나 안보실에 남아 있는 자료를 확인하고, 당사자들이 휴대전화 등으로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민적 관심사인 ‘VIP 격노설’의 진상과 채상병 사건 은폐 의혹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2023년 7월 31일 전후 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 결과에 대한 대통령실 지시와 경로, 이후 군 수뇌부의 움직임 등 핵심 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당시 대통령실 회의를 주관했던 국가안보실을 상대로 회의록, 참석자 명단 확보를 시도 중이며, 국방부 내 언론 대응 방안 관련 자료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안보실 자료의 경우 영장 제시 뒤 사실상 임의제출 형식으로 일부 회의록 등을 넘겨받는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 결과 보고를 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며 격노했고, 이에 따라 경찰 이첩과 언론 브리핑 등이 보류됐다는 의혹이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도 대통령실 명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해병대사령관에게 이첩 보류를 즉각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지난 5월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을 압수수색, 대통령실 회의 자료 및 출입기록, 번호 서버 기록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 바 있다.
특검팀은 11일 ‘VIP 격노설’이 불거진 당시 대통령실 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특검의 강제수사 돌입에 따라 대통령실과 군 수뇌부에 대한 윗선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은 “사건의 윗선 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정치적 흠집내기 시도”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날 국회는 ‘VIP 격노설’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특검팀은 추가 압수수색과 핵심 인사 소환조사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혀 향후 조치에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