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100% 폭등 후 5% 급락” 현대약품, 탈모 치료제 기대감에 거래정지 예고까지
탈모 치료제 유통 기대감을 타고 단기간 주가가 폭등했던 현대약품이 과열 논란 속에 조정을 받고 있다. 17일 오후 3시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약품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41% 내린 6,650원에 거래 중이다. 거래소의 투자경고종목 지정 및 매매거래정지 예고로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동시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치열한 손바뀜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 급등 뒤 되돌림 국면에 접어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현대약품 주가는 지난달 말만 해도 3,000원대 중반에 머물렀지만, 12월 들어 거래량이 폭증하며 급등 랠리에 시동을 걸었다. 5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5,060원에 안착했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전날 장중 7,000원 선을 돌파했다. 불과 2주 남짓한 기간에 주가가 100% 가까이 수직 상승한 셈이다. 다만 이날 장중에는 단기 과열에 따른 피로감에 더해 규제 이슈가 겹치며 5%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는 6,000원 초반에 형성된 5일 이동평균선 지지 여부가 단기 추세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현대약품[00431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7/1765951861953_106333875.jpg)
주가 폭등의 도화선은 이탈리아 제약사 코스모 파마슈티컬스가 개발 중인 탈모 신약의 임상 3상 성공 소식이었다. 과거 현대약품이 이 회사와 여드름 치료제에 대한 국내 독점 계약을 맺었던 이력이 재조명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탈모 신약 국내 유통 역시 현대약품이 담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여기에 17일 오전 정부 차원의 탈모 지원 정책 언급이 더해지며 테마성이 강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단기간 급등을 이유로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예고하고, 추가로 매매거래정지 가능성까지 공지하면서 투기적 수급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수급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기 급등 구간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반면, 외국인들은 저가 매수 혹은 구조적 베팅 성격의 매수로 지분율을 늘리는 양상이다. 12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은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고, 특히 전날 하루에만 약 4만 주를 순매수하며 보유 비중을 1.7%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개인 선호 창구가 매수 상위에 포진해 있지만, 외국계 자금도 동반 유입되면서 현재 구간은 개인 매물을 외국인이 받아내는 손바뀜 국면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러한 수급 쏠림은 단기적으로 하방 경직성을 높일 수 있으나, 방향 전환 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계도 함께 나온다.
시가총액 약 2,128억 원 규모의 중소형 제약사인 현대약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대형 바이오주와 비교해 체급 차이가 크다. 대형사들이 위탁생산이나 바이오시밀러 등 안정적인 글로벌 수주에 기반해 주가가 움직이는 것과 달리, 현대약품은 마이녹실 등 일부 일반의약품 브랜드 파워와 개별 이슈에 민감한 종목으로 분류된다. 외국인 지분율도 1.72% 수준으로 업계 평균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적은 유동성만으로도 주가 변동폭이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최근 급등 여파로 PBR은 2배를 넘어서는 등 밸류에이션도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경고 신호가 뚜렷하다. 현대약품의 2024년 11월 결산 기준 연간 매출액은 1,757억 원으로 전년보다 2.7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69억 원에서 2024년 2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고, 당기순이익은 -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테마를 타고 급등한 탓에 고평가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적자 기업 특성상 PER 산출이 어렵고, PBR 역시 2.32배까지 치솟아 자산 가치 대비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부에서는 2025년 2분기 이후 흑자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중장기 실적 회복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가 급등을 뒷받침하는 동력이 사실상 기대감에 치우쳐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코스모 파마슈티컬스의 탈모 신약이 국내에 도입될 경우, 과거 협력 이력이 있는 현대약품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당 신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라이선스 계약이나 판권 계약이 체결됐다는 공시는 나오지 않았다. 과거 제휴 관계가 자동으로 신규 계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에서, 이번 랠리는 전형적인 재료 중심 매매라는 평가가 많다.
탈모 관련 정책 테마 역시 실질적인 실적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통령 발언이나 정책 방향성은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를 자극할 수 있으나, 이를 토대로 매출이 늘어나기까지는 제도 설계와 예산 집행 등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투자경고종목 지정과 매매거래정지 가능성은 신용거래를 위축시키고 유동성을 빠르게 좁힐 수 있는 요인이다.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올수록 실질적인 펀더멘털이 다시 조명될 수밖에 없어, 현재 주가 수준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대약품 주가를 둘러싼 단기 전략과 중장기 전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단기적으로는 6,000원 초반에 위치한 5일 이동평균선이 1차 지지선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 구간이 붕괴될 경우 매물 출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가 나온다. 변동성을 활용하는 트레이더에게는 장중 눌림목을 활용한 단기 트레이딩이 가능하지만, 오버나잇 포지션은 거래정지와 각종 공시 리스크를 감안할 때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권고된다. 현재 주가는 실적 대비 오버슈팅 영역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우세한 만큼, 이탈리아 제약사와의 정식 계약 공시나 2025년 실적 턴어라운드가 숫자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관망이 합리적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탈모 신약의 국내 유통 계약 체결 여부, 2024년 영업이익 급감과 순손실 전환 이후 펀더멘털 회복 가능성, 투자경고종목 지정에 따른 유동성 위축 정도 등을 핵심 체크포인트로 꼽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약품 사례를 두고 실체가 불분명한 호재성 뉴스에 편승한 테마주 장세의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진단한다. 단기 급등 뒤 되돌림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투자자들이 뇌동 매매를 자제하고 공시와 실적 등 객관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의 수급과 규제 환경에 따라 개별 종목들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어, 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