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이만기, 도쿄 골목길에 스민 눈물과 희망”…재일동포의 꿈→한일 우정의 깊이 더하다
도쿄의 이른 아침, 오래된 골목과 새롭게 이어지는 거리를 따라 이만기가 걸음을 옮겼다. ‘동네 한 바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두 나라 사이에 오랜 시간 쌓인 우정과 눈물, 그리고 꿈을 조명한다. 이만기는 도쿄 곳곳을 돌며 그 안에 스며있는 한국인의 삶, 쌓여온 이야기를 깊게 들여다봤다.
식지 않는 그리움은 도요스 시장의 소란한 새벽에도 배어나왔다. 참치 장인 하라구치 쓰카사가 정성껏 썰어낸 생선 한 점, 그 결마다 긴 여정이 겹쳐졌다. 긴자의 인파 속을 지나며, 긴 세월 일본과 한국의 사연을 함께 품었던 동네사람들의 숨결이 켜켜이 스며 있음을 이만기는 발견했다.

신오쿠보에 이르면 거리엔 한국말 노랫가락이 흐르고, 김용민·오오하시 무츠미 부부가 지켜온 K-POP 학원엔 다양한 세대의 일본인들이 모여든다. 거울 앞에서 춤을 배우는 60대 여성의 환한 미소, 돌봄의 손길을 이어온 부부의 시간은 동네를 하나로 엮는 새로운 리듬이 된다. 한때 낯설었던 한류의 물결은 젊은이와 어르신을 넘어, 도쿄의 열기로 피어올랐다.
신오쿠보 뒷골목, 지상의 작은 신용조합엔 오랜 세월 재일동포 상인들의 희망이 깃들어 있다. 한국 금융의 씨앗이 뿌려지고 16년의 시간을 건너 또 한 편의 ‘K-금융’ 신화가 자리 잡았다.
한편, 일본 사회의 기억 한켠엔 이수현이라는 이름이 또렷하게 자리하고 있다. 귀중한 생명을 구한 뒤 떠난 청년을 기려, 시민들은 매년 같은 장소에서 묵묵히 그의 이름을 되새긴다. 이만기는 아라이 도키요시 이사장과 함께, 이수현의 용기에 담긴 의인의 의미를 되짚으며 침묵의 고마움을 마음 깊이 새긴다.
경계를 넘어 삶을 택한 이들도 있다. 독특한 감칠맛을 선보인 셰프 키모토 요코의 인생에는 다양한 음식 문화가 뒤섞였다. 한식, 일식, 불문 요리를 한데 엮어, 시대와 고향, 자기 자신을 요리로 이어냈다. 그리고, 세계 챔피언에 올랐던 복서 이열리는 가족을 위해 링에서 내려왔다. 새벽 4시에 문을 열고 밤 9시에 불을 끄는 한국식 포차에서 이열리는 주꾸미볶음과 족발을 내며, 도쿄 속 진짜 한국의 힘을 보여준다. 이만기는 그 자리에서 30가지가 넘는 요리를 맛보며, 재일동포의 굳은 의지와 따뜻함을 생생히 느꼈다.
외곽 마을에 울려 퍼진 바이올린 소리에는 오래된 시간과 집요한 꿈이 묻어 있었다. 진창호와 진창숙 남매가 지켜온 ‘진공방’은 세계 5대 바이올린 마스터의 자부심과, 재일동포로서 이겨낸 세월의 흔적을 동시에 담는다. 리어카를 끌며 달려오던 아이가 교과서에 기록될 때까지, 한 점 울림이 도쿄를 감싼다.
조심스러웠던 두 나라의 걸음은 어느새 함께 같은 아침, 서로의 저녁을 품는다. 길목마다 켜켜이 쌓인 고백과 땀방울은, 한일 양국이 친구이자 이웃으로 이어질 이유를 다시금 보여준다. ‘동네 한 바퀴’ 일본편 두 번째 이야기 ‘함께 걷다–일본 도쿄’는 6월 28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에 방송된다. 도쿄 골목 곳곳, 시간의 결이 교차한 자리마다 아름다운 우정의 노래는 오늘도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