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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새 가이드라인"…식약처, 임상시험 신뢰성 높인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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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임상시험 규제가 현장 중심으로 재정비되는 흐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업계와 함께 마련한 항암제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고, 임상시험 승인 정책과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한자리에서 논의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규제 환경에 대응해 국내 임상시험의 신뢰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작업이 향후 항암제 개발 전략과 국내 임상시험 허브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2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강당에서 현장과 함께하는 임상시험의 미래를 주제로 임상분야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올해 임상 관련 업무성과를 공유하고, 임상시험 제도와 실제 현장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소통 창구로 기획됐다.

핵심 의제는 항암제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이었다. 새 가이드라인은 항암제 개발 기업과 임상시험 기관이 반복적으로 제기해 온 애로사항을 반영해 개발됐다. 의약품 심사소통단 CHORUS와 임상시험 관련 협회들이 공동 참여해, 심사부서와 개발 현장의 관점을 함께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임상시험 참여 대상자 선정 시 고려해야 할 세부 요소와 용량 설정 전략 등 항암제 개발에서 핵심이 되는 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자 선정 기준은 임상 결과의 신뢰성과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보다 명확한 기준 제시를 통해 개발 속도와 심사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용량 설정 부분 역시 독성 관리와 치료 효과의 균형을 구체적으로 안내해 임상 설계의 반복적인 보완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간담회에서는 항암제 가이드라인 외에도 임상시험 승인 관련 최신 정책 동향이 공유됐다. 최근 국제 규제 조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국내 승인 절차와 요구자료 수준이 글로벌 기준과 어떻게 연계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업계는 심사 기준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신약 개발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이번 간담회를 통해 향후 규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임상시험 발전을 위한 현장 소통 세션에서는 임상시험 담당자들이 경험한 구체적 사례를 토대로 행정 절차, 자료 제출 방식, 심사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개선 요구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임상시험 관련 대국민 인식도 조사 결과도 소개돼, 국민이 임상시험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참여 의향은 어느 정도인지를 수치로 확인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국내 임상시험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수행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일반 국민에게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게 인식된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다.

 

패널토의에서는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근 임상시험 규제환경의 변화 방향을 점검했다. 국내 임상시험이 글로벌 비교 우위를 지니는 분야, 예를 들어 빠른 피험자 모집과 병원 인프라 수준 등 강점을 재정리하는 한편, 데이터 품질 관리와 장기 추적 관찰 체계 같은 보완 과제도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항암제처럼 개발 리스크와 비용이 큰 영역에서 규제과학 기반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산업 전체의 효율을 좌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적으로는 항암제 임상시험 설계와 안전성 평가 기준을 둘러싼 규제 당국과 업계 간 협의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규제기관은 혁신 항암제에 대해 신속심사와 조건부 허가 제도를 활용하면서도, 실제 임상 데이터의 질과 환자 안전 대책을 강화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방향의 규제과학 고도화가 요구되는 만큼, 이번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기준을 참고하되 한국 의료 환경에 맞춘 세부 지침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업계와 학계, 임상시험 기관과의 정례적인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가 임상시험 주요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새 항암제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규제과학을 바탕으로 업계 지원과 심사 신뢰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새 가이드라인이 실제 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향후 다른 치료 영역으로 확대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작업이 국내 임상시험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결국 임상시험을 둘러싼 제도와 현장, 국민 인식이 함께 정렬될 때 규제과학과 산업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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