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초56의 벽 돌파”…이은지, 배영 100m 한국신 기록→여자 수영 새 지평 연다
시작은 조용했지만, 결승 터치 순간 이은지의 표정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깝게 무너졌던 1분의 벽을 드디어 넘어선 그 순간, 그는 울먹인 채 소감을 전하며 관중의 시선을 끌었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결실이 경기장 가득 벅찬 여운을 안겼다.
15일 광주 남부대학교 시립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4회 광주 전국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일반부 혼계영 400m 결승에서 이은지(18·강원특별자치도체육회)가 배영 첫 영자로 출전했다. 이은지는 59초56의 기록으로 결승 레이스를 마치며, 자신이 보유하던 한국 기록을 0.47초 앞당겼다.

이로써 이은지는 국내 여자 선수 최초로 배영 100m에서 59초대로 돌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경기 규정에 따라 혼계영 400m 구간별 기록 역시 공식 새로운 한국 기록으로 인정되면서, 수영계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경기 초반부터 이은지는 날카로운 스타트로 앞서 나가, 안정적인 스트로크와 후반 스퍼트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마지막 터치와 동시에 전광판에 '59초대'라는 새로운 숫자가 찍히자 관중석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이은지는 경기 직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1분의 벽을 깨기 위해 달려왔다”며 “드디어 59초대에 들어가 너무 기쁘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이 떠올라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대학에 진학해 유니버시아드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싶다. 더 책임감 있게 훈련에 임하겠다”고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올해 싱가포르 세계선수권대회는 불참하지만, 이은지는 올여름 생애 첫 세계 대학 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한국 기록 경신에 따라 포상금 100만원도 수여받았다. 이은지의 59초56 기록은 대한민국 여자 수영의 새 출발점이 됐다.
여운이 긴 박수와 함께 어깨를 감싸는 동료들의 미소, 잔물결 위로 번지는 이은지의 눈빛이 길게 남았다. 선수 한 명의 기록 너머에 시대의 물결이 머문다. 그의 다음 여정은 곧 다가올 세계 대학 경기대회에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