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도피 의혹 재조명”…이종섭 전 장관 도피성 출국, 김홍균 전 외교차관 내일 재소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정치권과 특검이 다시 충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순직 해병특검은 17일 김홍균 전 외교부 1차관을 범인도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18일 재소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외곽에서 진행된 호주 대사 임명 과정의 위법성과 졸속 심사 논란이, 특검 수사 속도로 재점화되고 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이날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김홍균 전 차관에 대한 소환조사 방침을 알렸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3월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될 당시 공관장자격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범인도피 의혹 사건의 주요 인물”이라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당초 참고인 신분으로 한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범인도피 혐의 의심이 구체화되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정민영 특검보는 “수사 경과를 토대로 추가로 확인할 내용을 중점 질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이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공관장 자격 심사의 절차와 적법성이다. 외교부 관계자 조사에서 “심사위원회가 대면 없이 서면만으로 심의가 이뤄졌고, ‘적격’으로 기재된 서류에 형식적으로 위원들이 서명했다”는 진술이 확보됐다. 이에 특검은 심사위원회가 실제로 7명 이상 출석, 심사 조건을 충족했는지, 이종섭 전 장관이 심사 전부터 적격 판정을 받았던 것인지 등을 검증하고 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로 임명됐으며, 당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라 출국금지 조치된 상태였다. 그러나 법무부가 사흘 뒤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이 전 장관은 호주로 출국했다. 이후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를 명분 삼아 11일 만에 귀국한 바 있다. 특검은 현재 대사 임명과 출국, 귀국, 사임 과정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동시에 주목하는 사건은 개신교계 인사의 구명 로비 의혹이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관련 로비 의혹의 핵심 참고인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은 이날까지 참고인 소환에 세 차례 불응했다. 김장환 목사 측은 “임 전 사단장을 위해 기도한 적은 있으나, 구명 로비에 나선 적은 결코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별개로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 역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정민영 특검보는 “두 인물 모두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공판 전 증인 신문 등 절차를 적극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사 임명 심사의 적법성부터 구명 로비 의혹까지 쟁점이 확대되면서 정치권 공방과 여론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검팀은 추가 진술과 증거 수집에 따라 관련자 소환, 사법 처리 방향을 가닥지을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종섭 전 장관의 도피성 출국을 두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