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HD현대중공업 임단협 희비”…노사·산업 구조개편 기로→시장 안팎 파장
국내 제조업의 상징인 울산 양대 기업,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기 국면에서 현대차 노사는 이례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조기 잠정합의를 이룬 반면, 조선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임금 인상 규모와 방식, 직무전환 등 다층적 쟁점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의 교섭 결과는 향후 국내 산업 구조 개편과 노동시장 안정성에 중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관세 압박 등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 속에서 교섭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2025년 임단협은 기본급 10만 원 인상, 성과금 450% 및 1,580만 원, 주식 30주, 전통시장상품권 20만 원 등 실질적 보상안을 포함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파워트레인 핵심부품 생산 등 국내 공장 고용 안정과 미래 전략에 초점을 맞춘 방안도 도출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7년 연속 무쟁의 타결은 무산됐으나, 노조 내부의 비판 속에서도 조합원들은 위기 공감과 시장 현실을 반영해 합의안을 흔쾌히 수용했다는 사실이 시장에서는 주목되고 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에서는 조선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노사 협상이 공전하고 있다. 기본급 인상 폭, 임금 체계의 영속성, 직무 전환과 이익 배분을 둘러싼 첨예한 견해 차이가 표면화됐다. 전면파업과 고공 농성, 구성원 간 갈등이 장기화되며 생산 현장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노사 협상이 추석 연휴를 넘길 경우 연말 노조 임원 선거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장기 표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마스가 프로젝트,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에 울산 조선 및 자동차 산업의 노사안정이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강조했다.
송치훈 울산지역 산업노동연구센터장은 “노사 모두가 성장과 분배, 그리고 미래 전략이라는 삼중 과제 앞에서 새로운 접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며 “노동시장 안정성과 산업 체질 개선의 길목에 선 만큼 조속한 담대한 합의점 도출이야말로 글로벌 산업 경쟁 속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제조건”이라고 진단했다. 울산 양대 제조업체의 임단협 결과는 자동차 산업은 물론, 국내 제조업 전반의 노사 문화와 경쟁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