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 소통 허점 노출”…국방부, JADIZ 무단 진입 사태 10여명 징계 처분
한일 군사 협조 체계의 취약점이 다시 부각됐다. 국방부가 한국 공군 수송기의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무단 진입과 관련해 임무 수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공식 인정하고 10여 명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처분을 내렸다.
31일 국방부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군 수송기의 가데나 기지 비상착륙 과정에서 영공 통과 협조, 주요 상황에 대한 지휘계통 보고 등 임무 수행에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관련 인원 10여 명에 대해 징계 요구, 경고, 주의 등의 처분을 했다”고 전했다.

사건은 지난달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공군 C-130 수송기는 일본 영공 승인을 받지 못한 채 훈련지인 괌을 향하다 연료 부족을 우려해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미군 기지로 비상착륙을 요청했다. 그러나 비상착륙 과정에서 조종사가 일본 관제소에 국제공용 용어 대신 ‘예방착륙’(Precautionary Landing)을 사용했고, 일본 측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 측 수송기가 JADIZ에 진입하자 일본 전투기까지 출격하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국방부는 이어지는 교신에서 일본 관제소가 상황을 파악하고 국제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MAYDAY) 호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후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호출하자 비상 착륙이 승인됐고, 별다른 추가 충돌은 없었다고 전했다.
공군 측은 “’메이데이’는 실제 항공기에 결함이 있거나 구난 처치가 필요한 긴급 비상 상황에서 사용하는 신호”라고 설명하며, 당시 상황은 연료 부족 우려에 따른 예방적 조치였다고 부연했다. “예방착륙은 군의 국제 임무에서 관행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로, 조종사가 절차에 따라 사용했다”고도 밝혔다.
이번 사태에 국민의힘 등 여권은 “책임 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군 내부 보고체계와 외교적 소통의 치명적 허점을 보여준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국방·외교 전문가들도 한일 군사협력의 취약점을 공식화한 첫 사례라며 국제 규범에 기반한 원활한 소통 채널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처분 이후 영공 협의 및 통신 절차 등 임무수행 전 과정에 대한 전면 재점검과 매뉴얼 보완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정치권과 군 당국은 안전과 외교 신뢰를 모두 아우르는 군사 소통 시스템 구축 과제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