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AX로 체질 개선”…한컴, 2026 AI 원년 선포
인공지능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 경쟁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글과컴퓨터가 2026년을 기점으로 기업 운영 전 영역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강도 높은 전략을 내놨다. 내부 조직과 프로세스를 AI 테스트베드로 전환해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실전형 솔루션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특정 부서에 한정됐던 AI 도입을 전 직군으로 확대한 과감한 AX 전략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체질 개선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컴은 8일 2026년을 전사적 인공지능 내재화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2025년부터 개발 부서는 물론 기획, 마케팅, 인사, 재무 등 비개발 직군까지 모든 직무에서 AI 에이전트 상시 활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보조 도입을 넘어 실제 업무 프로세스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수준의 구조 개편을 예고한 셈이다.

핵심은 각 부서 특성에 맞춘 버티컬 AI 도구를 발굴해 전사 시스템에 녹여 넣는 방식이다. 재무와 회계 조직에서는 복잡한 세법 검토, 자금 흐름 예측과 같은 규칙 기반 분석 업무에 AI를 적용해 처리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획과 마케팅 부문에서는 시장 환경 분석, 경쟁사 동향 파악, 캠페인용 콘텐츠 초안 작성 등에 생성형 AI를 투입해 반복 작업을 줄이고, 인력이 전략 수립과 검증에 집중하도록 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인사 부서는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 문화와 인력 구조를 분석하는 AI 모델을 활용해 이직 위험 징후 탐지, 직무 만족도 진단, 교육 수요 파악 등의 의사결정을 정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회사의 기획 단계부터 집행, 평가, 리스크 관리까지 전 밸류체인이 AI와 연동되도록 설계해 내부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한컴은 AI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서 임직원이 가장 숙련된 AI 사용자이자 검증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한 원칙으로 내세웠다. 회사 전체를 거대한 AI 테스트베드로 삼아, 실사용 과정에서 축적한 활용 노하우와 정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만 외부 고객용 솔루션을 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고객이 도입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제 현업 환경에서 검증된 워크플로와 프롬프트 세트, 거버넌스 모델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보안과 데이터 보호는 AX 추진의 전제 조건으로 설정됐다. 한컴은 데이터 처리 계약 검증 등 절차를 포함한 보호 중심의 혁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용 데이터가 외부 학습에 무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경계를 설정하고, 민감 정보 비식별화와 접근 통제 체계를 병행해 AI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 우려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개발 조직뿐 아니라 인사, 재무, 법무 등 백오피스 전반을 아우르는 AI 도입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실험을 확대한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한컴이 중견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비교적 빠른 시점에 전사 AX를 공식 선언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일하는 방식과 사고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AI 전환 실증 실험으로 규정했다. 그는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면 기업 문화 자체도 창의적이고 본질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모든 구성원이 AI를 공기처럼 활용하는 경험을 축적하고 이를 자산화하는 과정이 곧 2026년 이후 AI 시장에서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한컴의 전사 AI 내재화 선언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도입 속도와 방식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생산성과 품질 개선이 입증될지에 따라, 유사한 AX 전략을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시도가 내부 혁신을 넘어 검증된 실전형 AI 솔루션 시장을 여는 출발점이 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