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만 명의 정보가 새고 있다”…해킹 사고 후 ‘불안한 카드 생활’
“카드를 쓰기 전에 한 번 더 망설이게 됐다.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최근 롯데카드 해킹 사고로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이 하루종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내 정보도 빠져나갔을까’ 불안을 토로하며, 확인 사이트 접속을 시도하다 긴 대기 끝에 포기했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늘었다.
이달 중 롯데카드는 해킹으로 297만 명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정황이 드러났다. 200GB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 그리고 3개 서버에 남겨진 악성 코드와 웹셸. 지난달 서버 점검 과정에서 시작된 조사는 잇따라 카드사의 보안 허점을 드러냈다. 불안감은 실시간으로 퍼져, 피해 확인 서비스는 접속자 폭주로 사실상 마비 상태마저 겪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하루 평균 수만 명이 롯데카드 웹사이트와 안내 전화를 통해 ‘내 정보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전히 정확한 피해 규모를 체감조차 못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 롯데카드는 연말까지 무이자 10개월 할부, 카드 사용 알림, 각종 보상책을 내놨지만, 일상을 향한 신뢰는 쉽사리 되돌아오지 않는다.
정보 보안 전문가는 “디지털 금융 시대, 개인정보는 일상의 연장선에 있는 자산이다”며 “데이터 유출로 인한 불신은 서비스 편리함보다 훨씬 큰 심리적 충격을 남긴다”고 분석했다. 보완 대책이나 사후 지원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신뢰 회복 없이는 고객의 위축 심리가 좀처럼 가시지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결국 아무리 막아도 내 정보는 새어나간다”, “안전 진단 항목을 더 세밀히 안내했으면 좋겠다”는 실용적 요구부터, “언제쯤 진짜 안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체념 섞인 한숨까지 쏟아진다. 카드 이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며, ‘현금 결제’ ‘카드 잠금’ 등 자구책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사소한 금융습관이지만, 거대한 데이터 흐름 속에서 사용자는 다시 한 번 ‘내 정보 지키는 법’을 고민하게 됐다. 롯데카드를 둘러싼 이번 파장은 거대한 디지털 시대, 누군가의 카드 한 장이 매일의 불안과 직결될 수 있음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