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플랫폼 규제, 美 무역협상 쟁점”…입법 앞두고 압박 수위 상승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규제 법안이 한미 간 디지털 무역장벽 논쟁의 중심에 섰다. 미국과의 대규모 관세 협상을 앞둔 가운데, 미국 정치권과 IT산업계가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혁신 저해 요소이자 시장 위축 요인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환경 변화가 글로벌 디지털 시장 구도와 국내 플랫폼 산업의 성장 전략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하원의 에이리언 스미스 의원 등 공화당 소속 43명은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와 재무장관, 상무장관에게 한국 온라인플랫폼법 입법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공식 전달했다. 미 의원들은 “한국이 미국 기업에 과도한 장벽을 부과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의 플랫폼법은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저해하고 데이터 보안, 허위 정보 유포, 스파이 행위 등 부작용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연합(EU) 디지털시장법과 유사하다고 비판하며, 규제가 구글, 메타, 애플 등 미국계 플랫폼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외 대형 사업자 전반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플랫폼법은 자사 우대, 멀티호밍(입점사가 외부 플랫폼 이용 금지) 등 반경쟁 행위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IT산업계는 “운영비용과 정책 변경 부담이 커지는 반면, 대기업뿐 아니라 성장 중인 스타트업까지 미래 혁신 투자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거대 플랫폼 중심의 규제지만, 역동적 기업 성장 경로가 차단돼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탄생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도 정부 주도 플랫폼 규제 움직임은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은 매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한국식 규제를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명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시장법(DMA) 시행으로 플랫폼 시장 구조와 경쟁 질서를 바꾸고 있으며, 미국 IT업계는 한국이 해당 입법을 추진할 경우 상호관세 협상에서 이를 주요 카드로 활용할 뜻을 드러냈다.
국내외 정책 싱크탱크도 규제의 시장 및 산업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는 “한국 플랫폼법과 같은 과도한 규제가 국내외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규제 도입 중단을 권고하는 입장을 내놨다. 릴라 노라 키스 슘페터 등 경쟁정책 연구자들은 “입법 과정이 한국-미국 간 신뢰 회복과 기술 동맹의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플랫폼법 입법 이슈를 직접 맞닥뜨린 상태다. 미국 협상팀은 “디지털 무역 장벽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도 “한국 규제가 미 협상 대표단과 글로벌 IT기업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등은 “미국 플랫폼 기업에 불리한 부담을 낮춰 무역 구조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법 규제에 대한 요구와 반발이 첨예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정책의 균형점과 산업 혁신의 조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는 “향후 정부가 입법 추진을 재검토하거나 일부 내용의 조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한국의 ‘플랫폼 규제’ 행보와 무역협상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이 실제로 법안 제정과 시장 환경에 어떻게 반영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