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드라마”…사발렌카, 결승 진출→US오픈 2연패 도전
숨죽인 긴장감 위를 사발렌카가 뚫고 나왔다.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는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했고, 테니스를 사랑하는 팬들의 시선이 단 한 명의 선수에게로 집중됐다. 사발렌카는 2024 US오픈 여자단식 4강전에서 페굴라를 2-1(4-6 6-3 6-4)로 역전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시작은 거칠었다. 경기 초반 제시카 페굴라의 집요한 스트로크에 1세트는 내줬지만, 이후 사발렌카는 빠른 수비 전환과 네트플레이로 흐름을 되찾았다. 특히 결정적 순간마다 터진 서브에이스와 강력한 포핸드는 분위기를 바꿨다. 세트 스코어 1-1 균형을 맞춘 뒤 세 번째 세트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이어가 11년 만에 US오픈 2연패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사발렌카의 결승 상대는 아니시모바로 확정됐다. 앞선 4강전에서 아니시모바는 오사카 나오미를 풀세트 혈투 끝에 2-1(6-7 7-6 6-3)로 이겼다. 아니시모바는 지난 윔블던 준우승에 이어 이번 결승으로 메이저 대회 2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올해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아니시모바가 6승 3패로 우위를 보인다. 특히, 최근 윔블던 4강에서 이루어진 맞대결에서도 아니시모바가 사발렌카를 꺾었다.
사발렌카는 이번 시즌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준우승, 윔블던 4강 등 메이저대회 곳곳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번 US오픈에서는 한층 성숙해진 경기 운영과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며, 2년 연속 강자 자리를 굳혔다. 아니시모바 또한 이번 대회뿐 아니라 오는 15일 WTA 코리아오픈 본선 진출로 상승세를 이어간다.
결승 무대의 긴장감을 더하는 다양한 서사도 주목받았다. 패한 페굴라는 어머니가 1970년대 초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로도 알려졌고, 오사카 나오미는 2023년 출산 이후 첫 메이저 결승 진출에 도전했으나 이번에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코트 위에서 승리와 패배를 넘나든 선수들의 표정에서 테니스가 가진 아름다움과 냉정한 현실이 동시에 묻어났다. 날카로운 라켓 소리와 팬들의 함성이 울려 퍼진 이번 4강 무대 또한 오랜 시간 기억될 장면으로 남았다.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은 한국시간 7일 오전 5시에 열리며, 치열한 승부와 서사를 기대하는 팬들의 마음이 뉴욕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