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비화폰 통신기록 확보”…해병특검, 구명 로비·수사 외압 의혹 수사 속도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구명 로비와 수사 외압 의혹이 다시 정국의 격랑으로 떠올랐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비화폰(암호화 군 통신기기) 통신기록이 확보됐고,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을 비롯한 군 내외 인사 전방위 압수수색이 전개되면서 정치권과 군의 책임공방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24일 특검(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경기 과천 남태령 소재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와 국군지휘통신사령부를 압수수색해 임성근 전 사단장 당시 비화폰 통신기록을 확보했다. 앞서 일반 휴대전화가 회수된 적은 있었으나, 암호화된 군 공식 통신 내역이 수사기관 손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이 제기된 ‘멋쟁해병’ 대화방 참여자와 해당 의혹을 정치권에 제보한 전직 해병 이관형 씨, 그리고 대화방과 연계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측근의 자택·차량·사무실도 일제히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영장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고위직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명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은 현장에서 이종호 전 대표의 휴대전화, 메모, USB 등 물증을 확보해 추가 분석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멋쟁해병’이라는 단체 대화방이 구명 로비의 주요 통로로 의심되고 있기 때문에 대화방 참여자들의 로비 관여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히며, 사건 당시 및 이후군 관계자들 간 논의 흐름을 집중 파악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압박과 대화방 지목 외에도, 특검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송창진 전 부장검사에 대한 고발 건도 이관받았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변호를 맡은 후 지난해 국회 증언에서 “이종호가 해병대 수사 외압에 연루됐다는 건 몰랐다”고 답변해 위증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고발된 상태다.
같은 날 오전 10시부터 약 4시간 동안 김화동 해병대 1여단장(대령)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김 여단장은 채 상병 순직 당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비서실장이었고, 앞서 법정 증언에서 “국가안보실 파견 김형래 대령과 통화했으며, 김계환 전 사령관이 채 상병 기록 경찰 이첩을 보류하도록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여단장은 이번 조사 이후 “공판 때와 동일한 내용을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특검은 이 모든 정황을 토대로 김계환 전 사령관이 수사 외압 의혹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지난 18일 김 전 사령관에 대해 모해위증,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조만간 김 전 사령관을 다시 불러 재조사를 시도하고, 오는 31일에는 박정훈 대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특검의 전방위 압수수색과 고위직 연루 의혹이 본격 확산되면서,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군·정가의 법적 책임 공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특검의 추가 소환 조사와 압수물 분석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