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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대출도 계약 유효”…대법원, 은행 본인확인 절차에 손 들어줘
사회

“보이스피싱 대출도 계약 유효”…대법원, 은행 본인확인 절차에 손 들어줘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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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범죄로 비대면 대출이 이뤄진 경우에도 금융기관이 본인 확인 절차를 충분히 거쳤다면 대출계약은 유효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가 한 저축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사건은 2022년 A씨가 딸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운전면허증 사진, 계좌정보, 휴대전화 원격제어 앱 등 개인정보를 모두 넘긴 뒤, 해당 정보가 악용돼 9,000만 원대 비대면 대출이 이뤄지면서 불거졌다.

보이스피싱 /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 연합뉴스

A씨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체결된 대출계약은 명의도용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2심과 대법원은 “은행 측이 신분증 사본 제출, 인증서·휴대전화 본인 인증, 기존 계좌 활용 등 정당한 검증 절차를 거쳤다”며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특히 대법원은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 특성상 신분증을 직접 촬영하지 않아도 자동화 시스템을 통한 진위 확인이 가능하다”며, 대출신청의 의사 확인 노력이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이 판결은 비대면 금융 거래가 늘고 있는 현실에서 고객 확인 의무의 범위와 피해 구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됐다. 실제로 유사한 명의도용 대출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금융기관이 확인 의무를 다했다면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 반복 확인됐다.

 

한편 시민단체와 금융소비자단체들은 “피해자 보호 장치가 실질적으로 미흡하다”며, 본인확인 절차의 실효성 강화와 사후구제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검증 절차만으로는 신분증이나 인증 정보가 불법적으로 유출된 경우 피해자 구제가 쉽지 않다”며, 개인정보 유출 경로 차단과 금융기관의 사후 대응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비대면 금융거래의 보안성과 피해자 구제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관련 사고 예방 및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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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보이스피싱#저축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