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은 메시지도 요약”…카카오, 카톡 대화 몰래보기 공식화에 논란
카카오가 올해 안에 ‘안 읽은 메시지 미리보기’와 인공지능(AI) 대화 요약 기능을 카카오톡에 공식 도입한다. 읽음 표시(1)가 남지 않으면서도 채팅방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메시지 내용을 일부 파악하거나, AI가 요약본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이미 이용자들이 다양한 편법으로 ‘안읽씹(읽지도 않고 답하지 않음) 꼼수’를 써 왔던 만큼, 이번 출시가 온라인 대화 문화 전반에 어떤 변화를 촉발할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카카오에 따르면 연내 적용 예정인 카카오톡 신규 기능은 AI ‘카나나’가 ‘안읽음’ 폴더 내 미확인 메시지들을 요약해주고, 이용자는 채팅방을 누르지 않고도 내용을 볼 수 있다. 채팅 탭 아래에서 ‘안읽음’ 폴더를 아래로 당기면 요약본이 뜨는 구조다. 답장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핵심 내용만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카카오 측 설명이다.

이번 기능은 기존 비공식 편법에 대한 제도적 공식화라는 점에서 본질적 의미가 있다. 그간 이용자들은 알림창 확장, 위젯 앱 활용, 각종 기기 별 설정 등으로 ‘읽지 않고 읽기’를 시도해왔다. 이번 업데이트로 이런 우회 방식을 플랫폼 차원에서 전면 허용하며, 실제로 읽음 여부에 따라 피드백이 달라지는 ‘읽음 표시 기반 소통’ 패러다임에 균열이 일고 있다.
이용자 반응은 분분하다. 즉시 확인이 필요한 단체방에서 부득이하게 확인만 하고 싶을 때 실용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상대방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심화시킨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지털문화 확산과 맞물려 ‘읽음 표시’는 단순 확인이 아닌 즉각적 응답 의무와 연결됐던 만큼, 이번 변화가 온라인 관계의 긴장과 불신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다.
기술적으로는 AI 챗봇 ‘카나나’가 미확인 대화 내용을 요약해주는 만큼, 실제 채팅방 입장 전에도 필수 정보 파악이 빨라지고, 답변 속도 향상이나 내용 누락 방지 등 업무 현장에서 효율 개선이 기대된다. 특히 단체 공지, 협업 채팅 등에서 AI 요약이 읽음과 별개로 정보 전달력을 높여줄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 철학 충돌 우려도 제기된다. 카카오는 오랫동안 ‘온라인 대화의 현실적 투명성’ 기조하에 채팅방 입장·퇴장 알림, 읽음 표시 등 메타 정보를 중시해왔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조용히 나가기’ 등 기능 도입을 두고 논쟁이 반복돼온 배경이다. 이번 ‘미리보기’ 도입은 현실 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없는 ‘몰래 듣기’를 제도화한 셈으로, 대화 기반 신뢰망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글로벌 메신저 업계에서는 이미 ‘읽음 표시’, ‘숨은 미리보기’ 등 커뮤니케이션 투명성과 개인화 편의를 둘러싸고 다양한 트렌드가 존재한다. 영미권에서는 읽음 표시 비활성화 선택권을 제공하는 한편, 일본·한국 등에서는 “읽고도 답 안 하면 무례하다”는 문화가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능이 인간 관계의 맥락과 조직 내 소통 방식에 미치는 장기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메신저 관계 피로도 완화, 일상적 의사소통의 효율 증대 등 긍정적 효과와 함께, 투명성 약화, 소외감 심화 등 역효과가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계는 카카오톡 서비스 구조가 변화하는 만큼 이용자 경험과 사회적 신뢰의 균형이 중요해졌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기술과 서비스의 속도,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간극. 카카오의 이번 기능은 디지털 소통의 문법을 새롭게 쓰는 실험으로, 시장과 사회 전반의 대응이 향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