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없이 빠져나간 소액들”…KT 해킹 피해에 불안 커진 일상
요즘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스팸 메시지나 피싱 정도로 여겼던 해킹이, 지금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SNS, 커뮤니티에는 ‘누군가 내 이름으로 결제했다’는 경험담이 이어진다. 경기 광명시와 서울 금천구, 부천, 과천, 인천 등지에 사는 KT 가입자들은 지난 8월 말부터 “기억하지 못하는 모바일 상품권이 결제됐다”, “교통카드에서 수만원이 빠져나갔다”고 고백하고 있다. 피해액만 1억 2600만 원. 결제 건수는 527건, 피해자만 278명에 이른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KT가 당초 믿었던 보안망은 예상보다 손쉬운 방식으로 뚫렸다. 경찰과 KT 발표에 따르면,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통해 휴대폰 개인정보가 새나간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KT는 뒤늦게 비정상 결제 자동차단, 본인 인증 강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상당수의 사람들이 ‘내가 소리 없이 해킹 당했다’는 상실감을 느꼈다.
사건 초기 KT가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도 적극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분노도 크다. 보안 전문가들은 “단순 결제 피해를 넘어, 개인정보 유출이 평범한 삶에 불안을 심어준다”며 “평소 결제 내역을 세심히 확인하고, 본인 인증 단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한 피해자는 “스스로 해킹을 막을 방법이 없어 무력감을 느꼈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믿었던 기업이 먼저 말해주지 않았다” “요즘은 결제 알림이 올 때마다 한 번 더 숨죽인다”는 감상도 잇달았다.
작고 사소한 금액이라 여겼던 소액결제. 그러나 그 안에선 ‘신뢰’라는, 일상 유지의 필수 조건이 흔들리고 있다. 숨은 결제 한 번에, 사람들은 지켜야 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