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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의료영상 분석”…루닛, 3분기 사상 최대 매출 기록 산업 지형 흔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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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기업 루닛이 2025년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 매출은 195억7,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성장했으며, 누적 기준 566억5,300만원을 거두며 66%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92%가 해외에서 창출됐고, 매출 구조 대부분이 구독형 서비스 플랫폼(SaaS)에 기반한 점이 눈길을 끈다. 업계는 이런 실적을 의료AI 시장 주도권 경쟁의 변곡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루닛의 이번 성과는 지난해 인수한 영상진단기업 볼파라와의 사업통합이 본궤도에 진입한 데 따른 것이다. 볼파라의 3분기 누적 매출은 365억7,300만원으로,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특히 루닛·볼파라 공동 마케팅 및 교차판매 전략이 북미 시장에서 통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 내 유방단층촬영술(DBT) 솔루션 매출이 5분기 연속 성장하며, 북미 의료기관을 통한 확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루닛의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부문은 3분기 누적 160억5,000만원, 자체 사업부 전체는 200억8,000만원으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국산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사업 매출은 40억3,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급증했다. 루닛 스코프는 암 치료 환자 선별과 효과 예측에 활용되는 솔루션으로,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 후보자 연구 의뢰에 적극 도입 중이다. 이처럼 AI 영상 및 바이오마커 분석이 임상시험, 신약 개발 등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으로 확장됨에 따라 시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 종료 후 조직 명칭 및 운영 체계를 일원화했다. 볼파라의 모기업은 루닛 인터내셔널로, 미국 자회사는 루닛 아메리카로 각각 재정비해 해외 각지의 영업 효율성과 브랜드 파워를 높였다. 시장별 맞춤 전략으로 미국, 미주 등 주요 권역에서의 영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국내외 의료AI 기업 중에서도 SaaS 중심의 반복 매출 구조는 해외 기업 못지않은 성장 기반으로 평가된다.

 

현재 의료AI 시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대형 IT·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글, IBM, 필립스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AI 진단 플랫폼을 앞세우고, 유럽과 일본 역시 영상분석 솔루션 개발과 병원 현장 상용화를 가속하고 있다. 그에 비해 루닛은 구독형 모델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이라는 특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규제·사업화 측면에서는 구독형 의료AI 솔루션의 등록 절차, 환자의 데이터 보호와 윤리적 이슈가 주요 쟁점이다. 미국 FDA·유럽 CE·한국 식약처 등에서 모두 의료AI에 대한 기술·안전성 심사를 강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해외 인증 획득과 현지 네트워크 확대가 루닛의 성장 관건으로 꼽힌다.

 

루닛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률을 32%포인트 줄이며 수익성도 급격히 개선했다. 글로벌 사업부문인 루닛 인터내셔널이 3분기 연속 EBITDA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성장 속도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로 업계에서는 주목한다. 전문가들은 “AI 바이오마커 분석을 포함한 SaaS 비즈니스가 의료·제약 산업의 실질적 비용 효율화, 임상 혁신을 촉진하는 중”이라며 “이런 성장 동력이 2027년 흑자 전환 목표 실현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산업계는 구독형 의료AI가 실제 의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와, 신약 개발 산업에 주는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 제도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의료AI 기업 간의 주도권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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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볼파라#루닛스코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