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제 처방 33만명 돌파”…성인까지 급증세에 업계 긴장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가 국내에서 빠르게 처방량을 늘리며 의료·바이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메틸페니데이트 연간 처방 환자 수는 33만7천명을 돌파하고, 전체 처방량도 9천만개에 근접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성인 대상 건강보험 급여 확대,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ADHD 환자 및 치료제 수요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을 ‘진단 및 치료 접근성 확대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대표적 ADHD 치료제로, 국내에서는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된다. 2020년 3771만개였던 국내 처방량은 2023년 9020만개로 2.4배 넘게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처방 환자 수도 약 2.3배 늘었다. 10대 미만, 청소년뿐 아니라 최근 20·30대 등 성인 환자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연령별로 보면 10대 미만의 연평균 증가율은 26.6%, 30대는 무려 37.3%로 집계됐다.

전문의들은 성인 ADHD가 과거 간과됐던 질환 임을 지적한다. 소아·청소년의 절반 가량이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점, 2016년부터 성인까지 보험급여가 확대된 점 등이 처방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5년간 30대에서 처방량이 3.5배 이상 성장하며, 사회진출·직장생활 중 진단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의원 내 진단 및 치료 접근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한편, 약물 부작용 및 잠재적 남용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중추신경계 자극제에 속한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재흡수를 억제해 주의력 향상·과잉행동 제어를 돕는 원리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식욕저하, 성장억제 등이 있어, 국내에서는 방학 등 특정 시기 휴약(약물 중단)이 권고되고 있다. 실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집계 결과, 학령기 아동을 중심으로 1~2월과 8월 처방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거나 정체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ADHD 치료제 시장의 확대와 함께, 약물 오남용·중복 처방에 대한 관리도 강화되는 추세다. 2023년 6월을 기점으로 식약처는 메틸페니데이트를 의료용 마약류 투약 내역 확인 의무 성분에 포함시켰다. 의료진은 처방 전 환자의 1년간 약물 투약 기록을 확인해야 하며, 오남용이 우려될 경우 처방 중단도 가능하다. 이런 규제는 과도한 처방, 성인 ADHD의 무분별한 약물 사용 등 사회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DHD 진단 및 치료체계의 표준화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유전자 분석, 디지털 치료제, 행동중재 등 새로운 치료 접근법 확산과 함께, 처방약의 모니터링·데이터 관리 체계도 강화되는 추세다. 국내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도입, 정밀 진단기술 활용 등 다양한 시도가 늘고 있으나 보험·규제 장벽, 환자 데이터 관리 체계 등 도전과제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 ADHD 치료제 시장 성장과 함께, 환자별 맞춤 치료, 장기적 건강데이터 관리, 약물·행동 복합 치료 등 ‘정밀의료’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료사회 내에서는 “신약개발 및 신기술 도입뿐 아니라, 중복처방 관리, 오남용 예방, 치료비 부담 완화 등 다층적 관리 프레임이 필수”라는 평가도 나왔다. 산업계는 이번 처방량 급증이 ADHD 시장의 구조적 변화 신호로 자리잡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