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한달”…의료 현장 회복 속 구조적 공백 심화
전공의 복귀가 병원 의료 인력 구조에 영향을 미치며 의료 시스템의 변곡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2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2025년 하반기 복귀 모집을 거쳐 수도권과 주요 상급종합병원에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수술, 입원, 외래진료 등 의료 현장이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 업계는 전공의 복귀가 현장의 진료 가동률을 과거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한편, 지역 필수의료 인력 공백 등 환자 안전과 병원 운영의 구조적 변화를 이끈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 등 국내 '빅5' 병원들은 최근 한 달 내 전공의 70~80% 이상이 일선 복귀하면서 수술 일정과 병상 가동률이 의정갈등 이전(2023년 2월 이전)과 유사한 70~90% 수준까지 회복됐다. 이로써 병상 운영 축소와 외래 진료 지연 등으로 재택 치료를 선택했던 환자들의 불편도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는 평가다. 병원들은 복귀 전 환자 몰림 현상으로 수술·입원 대기가 길어졌지만, 전공의 인력 보강 후 안정적인 운영으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 복귀의 '외형적 정상화' 뒤에는 의료 체계 내 심층적 문제가 남아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규모는 1만305명으로, 의정갈등 전과 비교해 76.2% 수준에 도달했다. 수도권 대형병원 전공의 복귀율은 77.2%인데 반해, 비수도권은 74.3%로 지역 격차가 여전하며, 특히 소아청소년과 13.4%, 흉부외과 21.9%, 응급의학과 42.1%, 산부인과 48.2% 등 필수의료 과목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의료 자원의 쏠림 현상과 동시에, 응급이나 중증 질환 등 공공 의료 인력 부족 심화를 뜻한다.
전공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간의 업무 조정 역시 숙제로 남아 있다. 전공의 부재 시기 동안 상급종합병원들은 PA 간호사 등 대체 인력을 확대해 진료 공백을 메워왔으며, 복귀와 동시에 일부 간호사는 본래 부서로 되돌려진 상황이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노동시간 단축과 수련환경 개선을 새롭게 요구하면서, 진료지원 간호사와의 역할 배분과 근무체계 재조정 이슈가 첨예하다. 이는 병원 내 인력 운영 효율성, 환자 안전, 진료의 연속성 차원에서 장기적 개선책이 요구되는 지점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급속한 환자 몰림으로 인해 중증 환자 위주로 입원 수술이 제한될 수 있는 점, 병상 축소 정책과 맞물려 의료시스템 내 구조조정 압박이 가중되는 점에 우려를 밝히고 있다. 또 전공의 노동 환경 개선 요구와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의 심화로 전문의 배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환자 안전과 공공 의료 인력 확보라는 핵심 과제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단기적 현장 회복 효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의료 공백은 심화될 여지가 크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의료 현장은 당분간 수련환경과 인력 운영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는 이번 전공의 복귀의 의미가 실제 의료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지, 그리고 필수의료 인력 충원과 의료 체계 전환의 해법 마련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지속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