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85% 급락”…외국인 투매에 4,000선 간신히 방어
5일 코스피가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와 미국 기술주 약세 영향에 2.85% 급락하며 4,004.42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97조 원 넘게 사라졌고, 증시 전반에 투자심리 위축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인공지능(AI) 버블 논란과 환율 급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한다. 앞으로 시장은 주요 대형주 변동성과 외국인 동향, 환율 추이에 따라 추가 변동성을 겪을 수 있어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7.32포인트(2.85%) 하락한 4,004.42에 마감했다. 8월 1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으로, 장중 한때 3,867.81까지 밀리기도 했으나 4,000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조5,187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기관 역시 792억 원을 팔았다. 개인은 대규모 하락장 속에서도 2조5,660억 원을 순매수하며 대응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에서도 847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5,974억 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시가총액 상위주인 삼성전자는 4.10% 내려 장중 1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SK하이닉스(-1.19%), LG에너지솔루션(-1.90%), 현대차(-2.72%), 두산에너빌리티(-6.59%), 한화에어로스페이스(-5.94%) 등 대표주도 동반 약세였다. 반면 NAVER(4.31%), 삼성화재(5.51%) 등은 강세를 보였다.
전체 928개 상장 종목 중 734개(약 80%)가 하락했다. 업종별로 운송장비(-4.96%), 건설(-3.72%), 화학(-3.50%), 전기전자(-3.01%)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통신(0.83%), 보험(1.49%)만이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는 24.68포인트(2.66%) 내린 901.89에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 전반에서도 우리 증시 낙폭이 가장 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50%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35% 올랐다.
미국 인공지능(AI) 종목의 가격 조정, AI 버블 논란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전날 골드만삭스 CEO의 하락 리스크 언급, 미국의 엔비디아 AI칩 수출 금지 정책에 엔비디아 주가가 4% 급락한 것이 한국 증시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도 1,449.4원으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외국인의 이탈세를 자극했다.
시장에서 낙폭 확대에 따라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동시 발동됐다. 이는 ‘블랙먼데이’로 불렸던 2022년 8월 5일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일 대비 13.22% 오른 40.51을 기록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AI 버블 우려로 대형주 중심 차익 실현 매물이 나왔다”며 “최근 단기간 급등했던 코스피의 낙폭이 더 커진 셈”이라고 해석했다.
향후 시장은 미국 기술주 변동성, 외환시장 흐름, 외국인 투자 동향에 따라 추가 등락 가능성이 남아 있다. 투자자들은 단기 급락에 따른 대형주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발표될 미국 연준 회의 결과와 글로벌 기술주 흐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