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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기증, 규제에 구멍”…네덜란드, 자녀 50명 논란에 생명윤리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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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기증, 규제에 구멍”…네덜란드, 자녀 50명 논란에 생명윤리 경종

이소민 기자
입력

생명공학 기술과 난임 치료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정자 기증 남용’ 문제가 유럽 사회에 새로운 생명윤리 과제를 던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한 병원에 50회가 넘는 정자를 기증했던 독신 남성 니코 카위트(63)가 실제로 최소 50명의 생물학적 자녀를 두게 된 사례가 최근 공개됐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정자 기증 출생아 수 제한’과 관련한 생식보조기술 규제의 구조적 허점을 상징한다고 평가한다.

 

해당 사실은 카위트 본인의 증언과 영국 선데이타임스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당시 난임 부부 지원 목적으로 비공개로 정자 기증이 이뤄졌지만, 병원이 출생아 수에 대한 자국 내 규정을 위반한 채 기증자의 동의 없이 정자를 국내외에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에서는 단일 기증자의 정자를 이용해 출생할 수 있는 자녀 수를 최대 25명으로 명문화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규정 이행 확보를 위한 관리 시스템이 부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카위트 사례 외에도 정부 조사 결과 최근 유사 사례가 85명에 달하며, 일부는 100명 이상 자녀를 둔 기증자도 확인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자 기증 남용이 근친 간 유전병, 가족관계 중복 등 사회·의학적 위험을 배가시킨다고 우려한다. 정자 기증 아동 지원 단체 ‘스틴팅돈오르킨드’의 티스 반 데르 메어 의장은 “같은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이 같은 지역 학교와 스포츠클럽 등지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위험이 커진다”며 “유전자 변이·구조 이상 등 질병 발생 위험뿐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혼란이 대두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유럽 주요국에서는 유전정보 관리, 기증자 추적, 출생아 실명 등 엄격한 감독체계 도입 요구가 커지는 중이다. 영국·독일 등은 이미 기증자-출생아 등록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함께 기증 횟수 등 실시간 통제방안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최근 정자 기증 관련 병원 실태조사와 위반 시 형사 처벌 강화 등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맞춤형 생식보조기술 발전과 윤리 규범 간 균형 확보가 신뢰 구축의 필수조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자 기증은 인구구조 변화와 난임 증가로 인해 반드시 필요한 의료 인프라이지만, 기술적 진보만으로는 사각지대를 막을 수 없다”며 “법·제도·데이터관리 등 다층적 안전장치 도입이 산업 지속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식보조기술의 신뢰성과 윤리 강화 방안 마련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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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정자기증#생명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