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사퇴요구 직격”…정청래·추미애, 조희대 압박에 법원 내부 당혹 고조
사법개혁과 대법원장 거취를 둘러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그리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사퇴를 공개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법원 내부는 당혹감과 긴장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연이은 사퇴 요구에도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원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전날 조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 독립을 막고 내란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장본인”이라고 직격하며 공개 사퇴를 요구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며 “조 대법원장은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하냐, 대통령 위에 있느냐, 국민의 탄핵 대상이 아니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으나,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는 원칙적 입장도 내놨다. 아울러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사법개혁’ 관련 입법 추진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만 밝혔고, 사퇴 압박이 쏟아진 이날 오전에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일체의 언급을 삼가며 ‘깊은 침묵’ 전략을 택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례적으로 사법부 수장을 공개 압박하는 정치권에 대해 우려와 당혹이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 법원 판사는 “이게 시대적 요구인 건가 싶으면서도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는 건지 당황스럽다”며 “(사법개혁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심경을 전했다. 한 부장판사는 “노골적 삼권분립 침해”라며 “법사위원장 발언에 대통령실이 화답하고 당 대표까지 얹은 상황인데, 가볍게 볼 수 없다. 앞으로 더 강한 요구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내란 사건 재판장뿐 아니라 대법원장까지 직접 사퇴 압박을 받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며, 실제로 응한다면 장기적으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 5월 김주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내부망 글을 인용한 것에 대해, 일부 법조인들은 “특정 판사의 의견일 뿐, 사법부 내부의 일반적 시각과는 다르다”는 반응을 내놨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99%의 판사들은 조심하느라 글을 쓰지 못한다”며 외부의 노골적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
사법부 독립성과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정치권과 법원 간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회는 오는 회기에서 사법개혁 법안 논의와 대법원장 거취 논쟁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