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 경위 밝히라"…김건희특검, 김성훈 전 경호차장 소환 조사

최유진 기자
입력

고가 시계 수수 의혹과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을 둘러싸고 대통령실 경호처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면 충돌했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와 측근 사업가의 관계를 정조준하며 의혹의 실체를 추적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고가 시계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9일 김성훈 전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김 전 차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을 상대로 대통령실 경호처가 2022년 9월 로봇개 판매사 드론돔과 1천800만원 규모의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을 체결한 배경을 집중 확인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수의 계약이 이뤄진 구체적 경위와 내부 검토 과정, 그리고 청와대 경호 관련 장비 도입 기준 등이 조사의 핵심 쟁점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말 로봇개 수입업체 고스트로보틱스가 주관한 비공개 시연회를 열었다. 당시 경호처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하던 김 전 차장은 이 시연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해 5월 고스트로보틱스는 김건희 여사 관련 금품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서성빈씨가 대표로 있는 드론돔과 총판계약을 체결했다.

 

이 흐름을 따라 그해 9월 대통령실 경호처는 수의 계약 방식으로 드론돔에 로봇개 시범운영을 맡겼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통상적인 절차와 다른 특혜가 있었는지, 특정 업체에 계약이 집중된 배경에 외부 청탁이나 영향력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따져 묻고 있다.

 

같은 시기 김건희 여사가 서성빈씨로부터 사업상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시가 5천만여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특검은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과 고가 시계 수수가 묶여 있는 구조에 주목하며 사건 전모를 파악 중이다.

 

특검팀은 서성빈씨가 김건희 여사의 도움을 받아 드론돔 명의로 시범운영 계약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통령 배우자를 매개로 한 경호 장비 계약 특혜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성빈씨는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정가보다 낮은 3천500만원에 구매해 김건희 여사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인정한 상태다. 다만 그는 "김 여사로부터 대리 구매를 부탁받았을 뿐 사업상 특혜를 요청하거나 받은 적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검이 제기한 청탁 의혹과 관련해선 일관되게 부인하는 태도다.

 

시계 대금 정산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서씨는 김건희 여사로부터 구매 대금 가운데 500만원만 돌려받았으며 나머지 차액 3천만원은 여전히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특검은 자금 흐름과 대가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계좌 내역과 진술을 교차 검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기 특검팀은 서성빈씨를 지난 8월 초와 이달 17일 두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진술 보강과 모순점 확인을 위해 20일 서씨를 다시 소환할 계획이다. 로봇개 계약 추진 시점과 시계 전달 시점을 대조해 대가성 여부를 따지는 데 조사가 집중될 전망이다.

 

김성훈 전 차장은 김건희 여사의 해군 선상파티 의혹과 관련해 지난 11일에도 대통령경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특검 수사가 경호처 행사 전반과 경호 자원 운용, 그리고 민간과의 거래 구조로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선 특검 수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기 대통령실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여야는 수사 방향과 의도, 시기 등을 두고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어 향후 국회 공방도 거세질 전망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 관련 조사를 이어가는 동시에 시계 수수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과를 놓고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며, 국회는 관련 보고와 후속 대책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유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건희특검#김성훈전경호차장#서성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