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임금의 11.7% AI가 대체 가능”…MIT 연구진, 노동시장 구조 충격 경고
현지시각 기준 26일, 미국(USA)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이 현재 상용화된 인공지능(AI) 기술이 미국 전체 노동시장 총임금의 11.7%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평가는 AI 확산이 미국 노동시장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MIT와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 공동 연구진은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빙산 지수’(Iceberg Index)라는 새로운 지표를 설계했다. 연구진은 미국 노동인구 약 1억5천만명이 AI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상황을 가정한 뒤 직업별 업무 수행을 시뮬레이션하고, AI가 실제로 담당할 수 있는 업무를 임금 가치로 환산해 지수 형태로 추정했다.

연구 결과, 컴퓨팅과 정보기술(IT) 등 일부 기술 분야에 이미 직접 도입된 ‘가시적’ AI 활용분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AI가 대체 가능한 임금 가치는 미국 전체 임금의 2.2% 수준으로 계산됐다. 액수로는 약 2천110억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 같은 직접 활용분이 노동시장 전반에서 나타날 AI 영향의 일부분에 그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금융, 전문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는 AI 기술의 잠재적 활용 범위를 넓혀 산출한 결과, AI로 대체 가능한 임금 가치가 미국 전체 노동인구가 받는 총임금의 11.7%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약 1조2천억달러, 한화로 약 1천760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AI가 미국 노동시장 전반에서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거나 기존 인력을 대체할 역량에 도달했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이번 연구는 AI 영향이 특정 대도시나 실리콘밸리 같은 기술 산업 클러스터에만 집중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각했다. 연구진은 AI 관련 업무 대체 가능성이 미국 50개 주 전역, 비도시 지역을 포함해 폭넓게 확산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지역 간 노동시장 격차와 재교육 수요가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연구진은 국내총생산(GDP), 소득, 실업률과 같은 기존 거시경제 지표가 AI 확산이 야기하는 기술 기반 변동의 5%도 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했다. 전통적 통계만으로는 실제 업무 단위에서 어떤 직무가 얼마나 AI에 의해 대체 가능한지, 어떤 지역이 구조 변화에 더 취약한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빙산 지수’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측정 도구라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지표가 특정 시점에 어떤 지역에서 일자리가 사라질지 예측하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이용 가능한 AI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촘촘히 포착해 정책 입안자와 기업, 노동시장 이해당사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정지화면, 즉 스냅숏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 빙산 지수 역시 주기적으로 갱신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미국 방송 CNBC 등 주요 매체는 이번 연구를 인용해 “AI가 이미 미국 노동시장의 의미 있는 부분을 잠재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정책 대응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고용 구조와 소득 분배에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EU)과 일본(Japan) 등에서도 유사한 AI 영향 평가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발 정량 분석 결과가 각국 인재 재교육, 사회안전망 개편 논의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향후 빙산 지수를 토대로 산업별·지역별 AI 도입 속도와 직무 구조를 추가로 분석해, 교육 투자와 직업 전환 지원, 노동 규범 정비 등 정책 설계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제사회는 AI가 실제 노동시장에 미칠 파장과 함께, 이번 새로운 지표가 정책 논의와 규범 정립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