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코파이 절도 사건 무죄"…노동계 "노조 탄압에 제동, 정의 살아난 판결"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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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절도 사건을 둘러싼 법원과 노조의 공방이 2심에서 방향을 틀었다. 피해 금액 1천50원에 불과한 사건을 놓고 노동계는 노조 탄압 정황을 제기했고, 법원은 무죄 판단을 내리며 노사 갈등에 새 변수가 생겼다.

 

전주지방법원 형사2부 김도형 부장판사는 27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5만원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경위와 당시 관행을 종합할 때 형법상 절도 구성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장기간 이어진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건 이전에 사무실에서 보안업체 직원들이 간식을 먹은 행위가 문제 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사정에 비춰볼 때 당시 피고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초코파이를 먹은 행위만으로 범죄 의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본 셈이다.

 

무죄 선고 직후 A씨는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의 온정과 모두의 관심 덕분에 무죄를 선고받게 됐다며 다행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호 호의를 기반으로 한 수십 년 관행이 한순간에 범죄가 돼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또한 A씨는 원청사의 책임을 강하게 거론했다. 그는 원청사의 개입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청사에 섭섭함이나 원망이 깊은 마음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동시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이며 사건이 비정규직 노동 현장에서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항소심 판결을 강하게 환영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로 법의 정의가 다시 세워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A씨가 갈등 해결을 위해 화해를 시도했음에도 회사가 엄벌 의사를 꺾지 않은 배경에는 노동조합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초코파이를 먹었다고 기소가 된 데 대해 모든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노조 활동을 이유로 노동자가 고통을 당한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노동조합 활동으로 A씨가 고통을 당한 것은 비정상적이다라고 강조한 뒤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노동의 정의가 살아있는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사법부가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건은 소액 절도 혐의라는 형식적 쟁점을 넘어 노조 활동과 사용자의 대응 방식, 그리고 사법부의 역할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형사 고소 관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화할 전망이다.

 

사법부가 2심에서 무죄를 확정하면서 노사는 후속 대응 수위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초코파이 절도 사건에서 드러난 쟁점을 놓고 노동 현장의 관행과 형사처벌 기준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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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민주노총전북본부#전주지방법원형사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