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시추비용 급등”…엑손모빌 등 美 석유업계 대규모 감원 돌입
현지시각 9월 30일, 미국(USA) 에너지 대기업 엑손모빌(ExxonMobil)이 유가 하락과 시추비용 증가 압박에 인력 2천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미국 석유업계 전반에 걸친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국제 유가의 하락과 업계 수익성 위기 속에서 발표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에너지 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관련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엑손모빌의 인력 감축 발표는 대런 우드 CEO가 전직원에게 조직 통폐합 및 구조조정 방침을 안내하며 공식화됐다. 앞서 셰브런(Chevron)이 올해 초 최대 20% 인력 감축을,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가 25% 감원 계획을 밝히는 등 미국 내 주요 원유 기업들이 전방위적 인력 조정에 나서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석유업계 고용은 4천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과 시추비용 상승이 감원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난 1년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Russia) 등 OPEC+가 감산에서 증산으로 돌아서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9월 30일 현재 배럴당 62달러까지, 올해 들어 15%나 하락했다. 여기에 미국 전·현직 행정부의 대외 정책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도입하면서 시추장비 가격이 상승해 생산비용 전반이 오르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Dallas)이 발표한 에너지 보고서에는 현지 에너지 기업 경영진이 유가와 비용 사이 ‘이중 압박’을 토로한 내용이 실렸다. 한 경영진은 “유가는 낮아지는데 관세로 생산비가 오르면서 셰일 오일 시추 산업 자체가 사라질 위기”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드릴, 베이비, 드릴’과 같은 친석유 정책을 표방했으나, 업계 내부에서는 정책 효과와 무관하게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조직 축소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CNBC,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도 “석유업계가 글로벌 공급과 비용 변수에 따라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고 일제히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 방향성과 시추비용 구조 변화가 앞으로도 미국 석유산업의 고용 및 수익성 유지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구조조정이 향후 국제 에너지 지형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업계와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