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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부와의 관계로 편견 갖지 말길"…김건희 오빠 구속심사, 특검·변호인 정면 대립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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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싼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피의자 측 공방이 정면 충돌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진우씨에 대한 구속 여부를 가를 법원 심사에서 양측은 개발부담금 축소와 증거인멸 혐의를 두고 팽팽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월 19일 오전 10시 10분부터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해 2시간 40분 뒤인 낮 12시 50분께 심리를 마무리했다. 구속 여부 결정은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1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심문 과정에서 김씨가 양평군 공흥지구 아파트 개발 과정에서 개발부담금을 낮추기 위해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사업 관련 서류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에 따르면 김씨는 모친 최은순씨와 시행사 ESI&D를 차례로 경영하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경기도 양평군 공흥지구에 350세대 규모 아파트를 건설해 약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허위 서류를 꾸며 개발부담금을 축소·회피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또 김건희 여사가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받은 이우환 화백의 그림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게서 받은 금거북이를 김씨가 장모 자택에 은닉해 증거를 인멸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문에는 문홍주, 박노수, 김경호 등 특검보 3명이 참여해 혐의 입증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김씨 측은 사업 서류가 허위가 아니라며 특검 주장에 강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사업 규모를 고려했을 때 부담해야 할 개발부담금 액수가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작 의도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김씨 측은 김건희 여사가 평소 각계 인사들로부터 감사선물을 자주 받아왔기 때문에 금거북이를 일가 자택에 둔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우환 화백의 그림에 대해서도 잠시 보관을 부탁받았을 뿐 은닉 목적이 아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재판부를 향해 "김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저의 관계 때문에 편견을 갖지 말고 사안을 정확히 판단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신분과 친인척 관계가 구속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김씨의 모친 최은순씨에 대해서는 모자 관계와 범행 가담 정도,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최씨는 최근 특검에 알츠하이머 관련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자 사인은 이달 4일과 11일 특검 사무실에 함께 소환돼 각각 약 12시간씩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당시 행정 책임자와 동업자들로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특검팀은 ESI&D가 개발부담금을 면제받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씨 동업자 김충식씨를 지난달 3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아울러 사업 당시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11월 26일 소환을 통보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 결정과 개발사업자 간 관계가 수사 대상에 오른 만큼, 정치권 파장도 확산될 소지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원이 이날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특검 수사는 김씨를 축으로 최은순씨와 양평군 전 군수 등 관련 인사들로 빠르게 수사망을 좁혀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되면 특검 수사 동력과 향후 기소 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은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특검 수사를 두고 향후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 추가 특검 논의 등에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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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김건희#양평공흥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