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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0억달러 시장 움직임”…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카카오·서클 등 투자 열기 고조
경제

“2300억달러 시장 움직임”…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카카오·서클 등 투자 열기 고조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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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금융 지형에 굵은 물줄기가 새겨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제기됐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국회 문턱을 넘으며, 정식 제도화 흐름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6월 10일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촉매제로 작용, 금융권과 블록체인 산업이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글로벌과 국내 주식시장 역시 관련 정보를 반영하듯, 카카오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요동쳤다.

 

법안의 골자는 자기자본 5억 원 이상인 국내 법인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핀테크 등 비은행권 기업에게도 발행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로 국가적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산업 육성 계획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던 비트코인 ETF 상장 허용 등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어, 제도와 혁신이 맞물리는 시점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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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은 1대1 법정화폐 연동으로 가격 변동성이 적은 특성을 지니며, 테더(USDT)와 서클(USDC)이 글로벌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 규모는 2300억 달러, 우리 돈 330조 원에 달한다.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는 2028년에서 2030년 무렵이면 2200조~2800조 원까지 성장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역시 제도 정비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으로, 상원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지니어스’가 통과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런 흐름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서클(Circle)은 뉴욕증시에 상장하자마자 공모가 31달러 대비 168% 급등했고,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제도권 연계가 강한 USDC의 발행사라는 점에서, 앞으로 글로벌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핵심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국내 시장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이끄는 레이어1 플랫폼 카이아(KAIKIA)가 테더(USDT)의 새로운 발행 플랫폼으로 낙점됐다. 이는 해외 중심이던 스테이블코인 발행 생태계에 국산 기술이 처음으로 진입한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받으며, 카카오와 관련 테마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은행권과 금융결제원, 오픈블록체인·DID협회 등도 ‘스테이블코인 분과’ 출범 등 공동 대응 체계를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h수협은행, 금융결제원에서 지난 4월부터 관련 인프라 구축과 검증사업을 본격화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역시 공동 전선에 합류하며 생태계 확장에 참여하는 중이다.

 

다만 모든 것이 순풍에 돛을 달지는 않았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창용 총재는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대체 기능을 가지는 만큼, 외환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금융안정, 그리고 시장 외부 충격 위험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셈이다. 고경철 전자금융팀장은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 실질 권한이 필요하다”며, 제도 설계 시 중앙은행 참여가 필수적임을 재차 강조했다.

 

비은행 민간기업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대량 유입, 이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정 및 코인런 리스크 등도 변수로 남아 있다. 한국은행은 관리가 용이한 시중은행 등에서 단계적으로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결제 부문에서는 페이프로토콜이 PCI 기반 하이브리드 결제 인프라와 마스터카드 연동 모델을 개발했고, 헥토파이낸셜도 하이파이브랩 협약으로 지급결제 시스템 연구개발에 나섰다. 반면, 주요 거래소들은 제도적 불확실성, 실효성 문제로 인해 아직은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하반기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학계, 업계가 머리를 맞대는 콘퍼런스가 예정돼 있다. 정부의 정책적 의지, 금융권과 산업계의 신속한 대응, 소비자·투자자의 기대와 우려가 만나면서 새로운 금융 암벽의 지형이 그려지고 있다.

 

혼돈과 희망이 교차하는 금융의 최전선에서, 변화의 파도는 조용하되 결코 앞서지 않는 법이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가져올 새로운 균형의 무게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삶, 그리고 미래 금융 생태계의 설계에 조만간 생생하게 스며들 것이다. 제도의 구체적 뼈대가 드러날 다음 정책 일정이, 한국 경제의 전환을 예고한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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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서클#카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