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애니메이션 완성”…오픈AI, 제작 예산 절반 절감 충격파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미디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넷플릭스,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뿐 아니라 AI 선두기업 오픈AI까지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면서, AI는 더 이상 보조적 역할을 넘어 미디어 생태계 중심축을 담당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AI가 영화·애니메이션 제작의 비용과 기간을 크게 줄임에 따라 미디어 산업 지형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AI 기반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와 윤리 문제를 둘러싼 법적·정책적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AI와 스트리밍의 미래' 간담회에서는 AI가 기존 미디어 제작 프로세스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했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최근 넷플릭스, 아마존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공룡과 오픈AI 같은 생성형 AI 기업들이 콘텐츠 제작 현장에 AI 도입을 확대한다고 소개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2024년 4월부터 오픈AI 기술을 토대로 한 검색엔진을 내부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기존에는 알고리즘 추천 위주로 AI를 활용했으나 올해 자사 오리지널 SF 드라마 '영원한 항해자 에테르나우타'에서 생성형 AI로 특수 효과(VFX) 제작 전공정을 대체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건물 붕괴 장면을 AI가 단기간 내 구현하며 제작 속도가 10배 빨라졌고, 기존 대비 예산도 획기적으로 낮췄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EO는 "AI 덕분에 저예산 장편에서도 고급 시각효과가 가능했다"며 업계 판도 변화를 시사했다.
아마존이 투자한 페이블(Fable)은 음성·문장 등 간단한 입력으로 에피소드를 자동 제작하는 플랫폼을 선보이며, 실제로 유튜브에 ‘AI 사우스파크 에피소드’를 업로드해 800만 뷰 이상의 대중 반응을 끌어냈다. 이러한 생성형 AI 기반 제작 방식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영역을 전통적 ‘소비’에서 ‘참여’와 새로운 창작 구조로 전환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눈길을 끄는 분야는 애니메이션 제작이다. 오픈AI의 기술·컴퓨팅 지원을 받은 ‘크리터즈(Critterz)’는 2026년 극장 개봉을 목표로, 기존 3년이 소요되던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기간을 9개월로 단축했다. 아티스트의 스케치를 AI 모델에 입력해 캐릭터와 배경 완성을 자동화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대비 절반 이하의 예산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미디어 시장의 가장 큰 난제인 제작 기간·비용을 동시에 낮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AI 도입 확산과 함께 저작권 및 창작 윤리 논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2023년 할리우드 작가 파업 당시는 물론 최근에는 앤트로픽,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NBC유니버설 등 글로벌 미디어와 AI 스타트업 간의 저작권 소송에서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창작자 보상이 합의됐다. AI 학습데이터 취득 과정과 생성물의 저작권 귀속 등에서 조 단위 법적 분쟁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AI 규제·저작권 보호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넷플릭스 등 업계는 AI를 “창작자 지원 도구”로 규정하며 단순 대체가 아닌 품질 제고 수단임을 강조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애니메이터·VFX 아티스트 등 고용 구조 변화가 뚜렷하다. 최근 미국 미디어 업계 조사에선 AI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직군으로 애니메이터(55%)와 VFX(50%)가 꼽혔다.
한정훈 대표는 “AI 활용도와 데이터의 질에 따라 성공하는 미디어, 효과적 저작권 보상 방안 등 산업 주도권이 갈릴 것”이라며 “콘텐츠 혁신과 법·제도의 균형이 엔터테인먼트 성장의 관건”이라고 해석했다. 산업계는 AI 혁신이 실제 미디어 시장 구조를 바꿀 변곡점에 도달했는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