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량 무시·소방점검 거부”…배터리 전산망 화재, 예견된 인재 논란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전산망 마비 화재가 업계는 물론 공공 IT 인프라 전반의 신뢰성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충전 잔량 기준 미준수, 소방 점검 미이행 등 일련의 사고 경위가 드러나면서, 배터리 화재 사고가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산업 전반의 기반 인프라 안전관리 체계 보완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번 사고는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 배터리의 이전 작업 과정에서, 정해진 잔량 한도(30% 이하)를 현저히 초과한 80% 상태에서 분리 작업이 진행됐다. 이는 배터리 업체가 수립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어긴 행위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업계에서 채택하고 있는 기준에 따르면, SOC(State of Charge, 충전 잔량)를 30% 이하로 낮추는 작업만으로도 전기 단락에 의한 화재 가능성은 극적으로 낮아진다. 관리원 측은 사고 이후 직원 면담과 재조사 결과, 배터리 잔량 관리 미흡을 인정했다. 이처럼 기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점이 논란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핵심 기술적 측면에서는, 대용량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UPS 배터리의 내구성과 안전 규격 준수가 필수적이다. 10년 내구 연한이 지난 배터리를 권고 시점보다 1년 이상 더 사용한 뒤에야 교체 결정을 내렸고, 정기 점검 보고서조차 신속하게 공유·관리되지 않았다. 해당 배터리의 수명 초과 여부를 관리 책임자가 사후에 인지한 것은 인터널 데이터 관리 프로세스가 크게 취약함을 시사한다. 최근 클라우드·빅데이터 기반 행정 시스템이 확장됨에 따라, 전산 인프라의 안전성과 유지보수 전문성은 한층 더 중요해졌다.
특히 업계 전문가들은 “배터리 이전 작업엔 장시간의 준비와 표준 작업 절차 준수가 필수인데 공공기관에서조차 시방서(작업 기준서) 미준수와 내 전문성 미흡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작업 인원 수도 최초 13명에서 8명, 다시 15명으로 오락가락 발표되는 등 현장 관리 체계가 혼란스러웠다. 이는 민간 데이터센터와 달리 공공 기관의 IT 인프라 관리 주체·역할이 애매하게 배분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은폐 의혹을 불러일으킨 내부 프로세스뿐 아니라, 소방 점검 거부 역시 안전관리 실패의 주요 요인이다. 보안 구역이라는 명목 하에 화재안전조사를 거부하고, 점검 과정에서 시스템 오작동 우려로 점검 일정을 조정했다는 점에서 IT와 보안, 안전 간의 절충·융합 관리체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소방청 역시 적극적인 점검 미흡을 인정하면서 향후 보다 강도 높은 현장 점검과 법령 이행 방안이 모색될 전망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유럽 주요 공공 데이터센터들은 데이터센터 전용 소방설비와 배터리 관리 표준을 엄격히 적용한다. 미국 NIST(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데이터센터 관리 가이드라인은 위험 경보 시스템, 정기 점검 이력 기록, 배터리 상태 감시 등 절차를 의무화했다. 이번 국내 사고는 이들 글로벌 표준과 비교할 때, 국내 공공 IT 인프라의 관리 수준이 여전히 뒤쳐져 있음을 방증한다.
산업계는 “배터리 및 전산실 안전관리가 미비할 경우, 전산망 단절에 의한 행정·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공공 IT 인프라 운영에 내부 관리자 중심의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전문 외부 컨설팅 도입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실제 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 정전·화재 사고 이후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AI 기반 예측 유지보수 솔루션 확충에 나서고 있다.
결국, 배터리 및 전산망 관리 실패로 촉발된 이번 화재는 단순한 ‘안전불감증’의 수준을 넘어 IT·바이오 융합시대 핵심 인프라의 리스크 관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경고음을 울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관리 실패가 실제 제도 및 운영체계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