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분 완전히 사라졌다”…비트코인 급락에 전 세계 가상화폐 1천760조원 증발, 안전자산 대비 수익률 부진
현지시각 기준 18일, 영국(London)에서 가상화폐 시장 동향을 분석한 보도가 나오며 전 세계 디지털 자산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급락과 함께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한 달 반 사이 1천760조원가량 사라졌다는 분석으로, 올해 수익률도 미국(USA) 국채 등 전통적 안전자산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변동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는 가운데, 미·중 갈등과 레버리지 과열이 결합한 구조적 취약성이 주목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가상화폐 데이터업체 코인게코 집계를 분석한 결과, 1만8천 개가 넘는 가상화폐의 총 시가총액이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약 25% 감소했다. 코인게코 자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6일 12만6천251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그 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약 1조2천억달러, 한화로 1천760조원가량 축소됐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집계에서 비트코인은 19일 오전 10시 기준 9만2천548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한때 30%를 웃돌던 상승분이 대부분 증발하며 가격이 다시 작년 말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시장에서는 단기 랠리 이후 조정 국면이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 칸토 피츠제럴드의 가상화폐 애널리스트 브렛 크노블라우는 “기관의 가상화폐 채택 확대와 규제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올해 가상화폐 시장의 상승분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기관 자금 유입과 제도권 편입 기대에도 불구하고 가격 흐름은 여전히 투기적 성격과 레버리지 수급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한 달여 동안 가상화폐 시장을 짓눌렀던 초고위험 레버리지 포지션 손실이 매도세를 폭발적으로 키운 요인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대규모 마진 콜과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변동성이 증폭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 자산시장에도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며 리스크 자산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시장 불안의 직접적인 촉매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발언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10일 중국(China)산 상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약 200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일제히 청산되며 사상 최대 수준의 하루 낙폭이 기록됐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동안 일중 최고가 대비 14%를 웃도는 급락률을 보이며 수직 하락세를 연출했다.
가상화폐 전문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 에셋 매니지먼트의 리서치 총괄 라이언 라스무센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사랑한다”며 “우리가 거듭 목격하는 것은 트레이더들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한다는 점이고, 그들은 매번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차입 투자와 단기 매매가 가격 급변의 구조적 배경이라는 점을 거듭 환기한 셈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가상화폐 시장에 부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경고는 글로벌 교역 둔화, 위험자산 회피 심리 확산 가능성과 연결되며 암호화 자산 수요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충격이 성장 둔화 우려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비트코인이 위험회피 수단보다 고위험 투기자산에 가깝게 취급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중 고점 대비 30%가량 하락한 비트코인이 나스닥 종합지수, 아이셰어즈 20년 미 국채 상장지수펀드, 금, 미국 유틸리티 지수, MSCI 이머징마켓 지수 등과 비교했을 때 올해 가장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팬데믹 이후 ‘디지털 금’ 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부각됐던 비트코인이 최근에는 전통적 방어자산은 물론 성장주 지수보다 성과가 떨어지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과 가상화폐는 여전히 규제 불확실성과 가격 급변성, 레버리지 의존도가 높은 자산군으로 인식된다. 각국 정부와 규제당국이 제도권 편입과 투자자 보호 장치를 서두르는 가운데, 고위험 파생·레버리지 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 요구도 재부상하고 있다. 향후 미·중 통상 갈등의 추이와 주요국 금리 기조, 규제 방향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중심 축으로 남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거시 변수와 레버리지 구조에 크게 흔들리는 고위험 자산 지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조정 국면이 가상화폐 시장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지, 또 다른 투기 과열의 전조에 불과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