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역사 직시할 용기 필요”…이시바, 한일관계 발전 의지 밝히며 셔틀외교 강조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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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인식 차이를 두고 한일 양국 정상이 다시 맞붙었다. 9월 30일 부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역사 인식 문제와 미래 지향적 협력이 교차하며 정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했다. 이 자리에서 이시바 총리는 “다른 나라이므로 인식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 성실함을 가져야 한다”고 밝히며, 한일관계를 불가역적으로 되돌리지 말고 발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직후 일본 취재진과 만나 양국이 직면한 복합적 과제를 언급했다. 특히 그는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와 성실함을 가지려는 자세가 반드시 한국인들로부터 이해받을 것”이라며, 한일관계의 미래 지향적 발전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뤄야 할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추가 해석도 뒤따랐다.

정상회담은 양국 현안을 폭넓게 다루는 동시에 실질 협력 강화로 이어졌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번 도쿄 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더 폭넓게 논의를 심화하고 일한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저출산·고령화, 수도 집중 등 공통 사회 과제에 대한 협의체를 신설하고, 에너지 협력과 더불어 최근 이슈가 부각되는 인공지능 분야 협력 역시 논의 대상에 올랐다. 이에 따라 ‘일한과학기술협력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정책 교류도 가시화했다.

 

셔틀외교의 정례화 역시 주요 의제로 강조됐다. 이시바 총리는 “1년에 한두 번 오가는 것이 아니라 빈도를 높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셔틀외교의 내실화를 약속했다. 부산 회담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 도쿄 방문의 답방이자, 지난해 계엄 사태로 무산됐던 이시바 총리의 첫 방한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북핵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이시바 총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일, 한미일이 긴밀히 협력해 대응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3국 간 공조의 연속성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총리는 부산 내 ‘의인’ 이수현 씨의 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인을 구하다 희생된 이수현 씨의 높은 뜻과 인간애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히고, 이수현 씨의 어머니 신윤찬 씨와 만난 사실도 알렸다. 이 같은 행보는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을 통해 상세히 전해졌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는 임기 내 발표할 ‘전후 80년 메시지’와 관련해 “현시점에는 형식과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결코 역사 인식을 뒤집는 것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발언은 한일관계의 민감한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란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사 인식에 대한 구체 행동 없이 원론적 답변에 그친 이시바 총리 언급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미래 협력 강화에 긍정적 신호라는 평가가 교차하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협력 방안들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역사 인식 문제를 둘러싼 양국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일 정부는 당분간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며 후속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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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사게루#이재명#한일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