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약서 뇌 치료 실마리”…한의학연, 파킨슨 혁신적 접근
위장약 기반 신약개발 접근이 뇌 신경질환 치료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된다. 한약의 전통 생리이론을 현대 신경과학과 접목한 파킨슨병 연구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 박건혁·임혜선 박사팀은 위장질환 치료제인 레바미피드가 신경세포 보호 및 뇌 염증 완화에 효과가 있어 파킨슨병 등 뇌 질환 치료에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결과는 지난달 17일 발표된 국제 학술지 Journal of Neuroinflammation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한의학의 '비(脾)주사(思, 생각을 주관한다)' 전통이론과 위-뇌 상호작용에 착안했다. 이를 기반으로 레바미피드의 위장 보호효능이 신경세포 보호로 이어질지 가설을 세워 파킨슨병 모델에서의 효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연구 결과, 파킨슨병 유도 동물모델에서 레바미피드를 투여한 그룹은 도파민 신경세포 생존율 약 2.1배, 도파민 분비량 1.4배 증가 효과를 보였다.

특히 레바미피드가 NLRP3–NEK7 단백질 복합체 형성을 막아 뇌 염증경로를 차단하는 기전을 확인했다. 단백질간 수소 결합 및 할로겐 상호작용 억제로 염증 유발 물질 발현이 약 3.7배 감소했고, 가상 도킹 분석에서는 레바미피드가 두 단백질에 동시 결합해 복합체 안정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관찰됐다. CRISPR 유전자 편집 마우스에서도 NLRP3 유전자 억제시 레바미피드의 신경보호 효과가 감소해 해당 염증경로가 핵심임을 입증했다.
위장과 뇌 기능이 밀접히 연결된다는 최근 패러다임에선, 위장용 약물의 뇌신경 치료 적용이 신경계 난치질환 극복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위-뇌 축 관련 치료 기전 연구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장내 미생물과 신경퇴행성 질환 간 상호작용 연구도 시작됐다.
한의학연구원 관계자는 "한의학 전통이론과 현대 의생명과학 융합 연구의 대표 사례"라며 "한약뿐 아니라 양약도 한의학적으로 재해석해 치료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와 산업계는 기존 위장약의 신경계 응용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