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900선 밑으로 밀렸다…외국인, AI 버블 우려에 대규모 매도
19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반 하락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지수 급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발 AI 버블 논란과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AI 관련주의 과열 논란과 미국 고용 둔화 신호가 맞물리며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강해졌다고 진단하며, 향후 미국 거시지표와 AI 투자 심리 방향이 국내 증시 향배를 가를 변수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오전 9시 19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49포인트 1.61퍼센트 하락한 3,890.13을 기록했다. 지수는 장 시작 직후 13.02포인트 0.33퍼센트 오른 3,966.64에서 출발했지만 상승 폭을 곧바로 반납하고 하락 전환했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3.32퍼센트, 2.66퍼센트 떨어진 데 따른 일부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으나, 시장 전반에 퍼진 AI 순환투자와 버블 논란이 매도 우위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수급은 외국인의 매도 우위가 두드러졌다. 같은 시각 기준 외국인은 3,753억 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반대로 개인은 2,717억 원을 순매수하며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에 나섰고, 기관 역시 1,047억 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관 가운데서는 금융투자가 656억 원, 연기금이 368억 원을 사들이며 지수 방어에 나섰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차익 실현과 방어 흐름이 엇갈렸다.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55억 원, 170억 원 규모로 매수 우위를 나타낸 반면, 기관은 171억 원을 순매도했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외국인은 현물 매도와 선물 매수를 병행하며 포지션 조정을 시도하는 양상이다.
같은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4.3원 내린 1,461.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통상 원화 강세는 외국인 주식 매수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날은 미국발 AI 버블 논란과 경기 우려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환율 하락이 지수에는 뚜렷한 지지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18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7퍼센트,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는 0.83퍼센트, 나스닥 종합지수는 1.21퍼센트 각각 하락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고, 나스닥 역시 2거래일째 약세 흐름을 보였다. 뉴욕 증시 전반의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도 위험 자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는 일부 대형 투자자의 엔비디아 지분 전량 매각 소식이 알려지며 AI 관련주의 과열 우려가 재부각됐다.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을 포함한 일부 기관투자자가 엔비디아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한 사실이 전해지자, 장 초반부터 AI 관련 종목에 매물이 쏟아졌다. 여기에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AI 버블 붕괴 시 충격을 피할 기업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구글도 예외가 아니라며 면역이 있을 회사는 없다고 언급한 점도 시장 불안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 경기와 고용 지표에 대한 우려 역시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미국 주택·소비 경기를 가늠하는 홈디포의 실적 전망이 기대에 못 미친 데다,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이 지난 1일 기준 최근 4주간 미국 민간고용 예비치에서 주당 평균 2,500명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표는 민간 고용 둔화를 시사하며 경기 둔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대외 악재 속에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조정 폭도 커졌다. 엔비디아의 주요 거래처 중 하나로 꼽히는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3.16퍼센트 하락한 55만2,000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도 2.61퍼센트 내려간 9만5,250원에 매매되며 이틀 연속 조정을 받았다. AI 서버·메모리 관련 수혜주로 평가돼 온 종목들에서 차익 실현 매도가 동시다발적으로 출회되는 모습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다수도 동반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HD현대중공업은 4.48퍼센트 떨어졌고, 한화오션은 3.99퍼센트 내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25퍼센트, LG에너지솔루션은 1.92퍼센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셀트리온, NAVER는 각각 1.63퍼센트, 1.20퍼센트, 1.20퍼센트 하락했다. 성장성과 경기 민감도를 동시에 가진 업종에서 매물이 늘며 지수 하락을 키우는 양상이다.
다만 자동차·금융주 일부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기아는 0.52퍼센트 상승했고 현대차와 신한지주도 각각 0.19퍼센트, 0.13퍼센트 오르며 방어 성격의 매수세를 확인했다. 고금리·고물가 환경에서 실적 방어력이 부각되는 업종으로 자금이 일부 이동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유가증권시장 업종지수에서는 경기 민감 업종과 성장 업종 전반이 부진했다. 금속 1.43퍼센트, 운송·창고 0.94퍼센트, 통신 0.46퍼센트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하락했다. 특히 전기·가스가 3.71퍼센트, 전기·전자가 2.68퍼센트, 기계·장비가 1.91퍼센트, 의료·정밀이 1.99퍼센트, 운송장비·부품이 1.70퍼센트 떨어지며 낙폭이 컸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방어주 성격이 강한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약세장이 형성됐다는 평가다.
코스닥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49포인트 1.88퍼센트 하락한 862.21을 기록했다. 지수는 장 초반 2.79포인트 0.32퍼센트 오른 881.49에서 출발했지만, 개장 직후 하락 전환해 낙폭을 키웠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이 815억 원을 순매도하며 매도세를 주도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702억 원, 113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리가켐바이오는 40.3퍼센트 급락하며 하락 폭이 가장 컸고, 보로노이 3.62퍼센트, 알테오젠 3.40퍼센트, 리노공업 3.16퍼센트, 코오롱티슈진 2.82퍼센트 등이 약세를 기록했다.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바이오·기술주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반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80퍼센트 오르며 차별화된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미국 AI 관련주의 조정과 경기·고용 지표 부진이 동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국내에서도 성장주와 대형 기술주 위주의 차익 실현 심리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국발 AI 버블 우려가 단기적으로 기술주 변동성을 키우겠지만, 실제 실적과 수요가 뒷받침되는 종목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의 주요 거시지표 발표와 AI 관련 투자 심리 진정 여부가 국내 증시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금리 기조, 미국 경기 둔화 속도, 글로벌 반도체 수요 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 펀더멘털과 실적 가시성에 기반한 선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발표될 미국 경제 지표와 빅테크 실적, 주요 통화정책 회의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