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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슬림폰 한계 드러났다”…삼성·애플, 무게·두께 늘리며 기능 경쟁 재점화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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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슬림 디자인을 내세웠던 스마트폰 전략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최근 초슬림·초경량 모델의 판매 부진에 직면하면서, 다시금 배터리 용량과 인공지능(AI) 기능 등 실질적 성능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업계는 스마트폰의 ‘얇고 가벼움’만으로는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5월 출시한 갤럭시 S25 엣지는 5.8㎜ 두께와 163g의 무게로 주목받았지만, 출시 후 판매량이 플래그십 모델에 미치지 못하며 기대에 못 미쳤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년 갤럭시 S26 시리즈에서 엣지 모델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역시 9월 공개한 아이폰 17 에어에서 5.6㎜ 초슬림 디자인을 내놓았으나, 출시 두 달 만에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대만 정보지 등을 인용한 외신과 애플 전문 분석가는 아이폰 에어 생산량이 80% 이상 감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들 초슬림폰의 부진 배경에는 기능성에 대한 소비자 평가가 자리한다. 스마트폰 두께가 얇아질수록 내구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카메라, 배터리 용량 등 주요 스펙의 희생이 불가피했고, 실제 사용 환경에서 체감되는 차별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제조사들이 내구성 강화를 위한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고성능 프로세서, 대용량 배터리, AI 연산 기능 등에서 한계가 명확했다는 평이다.

 

중국 화웨이, 아너, 샤오미 등은 폴더블폰 시장에서 초슬림 경쟁에 먼저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갤럭시 Z 폴드 대비 더 얇은 모델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해당 시장 역시 실제 판매와 사용자 반응에서 명확한 수요로 연결되지 않았다. 스마트폰 시장이 기술적으로 성숙기에 이르면서, ‘스펙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은 한편 디자인·그립감 등 외형적 혁신만으로는 교체 수요를 유발하기 어려움이 드러난 것이다.

 

최근 흐름은 기능 중심의 전략 복귀다. 삼성전자 차기 플래그십인 갤럭시 S26은 최소 6.9㎜ 두께로, 초슬림 모델 수준의 얇기를 고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용량과 AI 기반 기능, 무선 충전 속도 등이 대폭 상향될 전망이며, 울트라 모델의 경우 25W 무선 충전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또한 내년 출시되는 아이폰 18 프로 맥스가 배터리와 카메라 성능을 위해 두께 9㎜에 무게 240g을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스마트폰 트렌드는 스펙 우선 전략 복귀를 통해 실제 사용자의 기능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스마트폰이 대화형 AI, 영상 촬영, 장시간 사용 등 실효적 활용도가 갈수록 중요해지며 이번 방향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새로운 전략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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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애플#초슬림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