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더는 안전하지 않다”…미국 달러, 글로벌 신뢰 흔들리나 우려 확산
현지시각 6월 말, 미국(USA) 달러의 글로벌 안전자산 지위가 향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급격히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시카고대학교 켄트A클라크 글로벌마켓센터가 공동 실시한 설문에서 경제학자의 90% 이상이 “5~10년 내 달러 표시 자산의 안전자산 역할 저하”에 대한 걱정을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전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정정책,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 등 최근 미국 내 정치·경제적 변동성이 직접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 FT 설문조사에는 경제학자 47명이 참여했으며, 60%가 “다소”, 30%가 “매우” 달러 안전자산 지위 약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견을 달리한 경제학자는 10%에 불과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안 등 재정정책과, 최근 연준 독립성 논란이 시장 신뢰를 흔든 배경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일방적으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미국 주가·국채·달러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달러인덱스는 97.2까지 떨어지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달러 약세 조짐은 국제 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사로즈 바타라이 텍사스대학교 교수는 “스위스프랑과 금이 안전자산에 더 가까워졌고, 미국은 신흥국과 비슷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위험 프리미엄을 높이고, 미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과 달러 약세를 동시에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FT는 이런 흐름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금리 시장 또한 긴장 국면을 보이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의 75% 이상이 “내년 중순까지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5%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년물 금리는 최근 4.28%로 다소 하락했으나, 지난달 4.6%까지 치솟은 바 있다. 에비 파파 카를로스3세대학 교수는 “미국 국채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닐 가능성을 직시해야 한다”며, 상호관세 정책 이후 유럽 국채 흐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바베라 존스홉킨스대 금융경제센터 소장은 “향후 연준 의장 해임이나 사전 후임 지명 등이 현실화되면 달러 자산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도 점점 비관적으로 변하고 있다.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중간값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2.3%에서 올해 1.5%로 낮아졌다. 반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 전망치는 3%로 올랐다. 아나 체스라크 듀크대 교수는 “지속적인 재정적자, 달러 약세를 위한 정책, 연준 의장 인선 불확실성 등 연준 독립성 훼손이 부정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경제학자 대다수는 달러 안전자산 지위 약화와 함께 미국 성장 둔화,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인식 변화와 국제 통화질서의 지각변동 가능성에도 세계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전망이 실제 국제 경제 질서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