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하도급대금 91조6천억원·현금비율 86%”…공정위, 투명결제 확대 영향
2024년 하반기 국내 대기업집단의 하도급대금 지급액이 91조6,000억원으로 집계되며 현금 결제 비율이 86%를 넘어섰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경기 불황 속에서도 대기업들의 투명결제 관행이 강화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시제도 의무화가 납품업체 유동성 보호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88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1,384개 사업자의 지난해 하반기 하도급대금 지급 현황을 발표했다. 대금 총액은 91조6,000억원으로 2023년 상반기(87조8,000억원) 대비 4.3%(3조8,000억원) 증가했다. 현대자동차(11조6,400억원), 삼성(10조9,800억원), HD현대(6조3,800억원), 한화(5조4,100억원), LG(5조2,500억원) 등 주요 그룹별로 지급 규모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전체 기업 평균 현금 결제 비율은 86.19%에 달하며, 공시제도 도입(2023년) 이래 최대치다. 만기 60일 이하 어음대체결제수단 등을 포함한 현금성 결제 비율도 98.58%로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파라다이스·BGF·두나무 등 28개 집단은 현금 결제 비율 100%를 달성했다. 반면, DN(9.48%), 하이트진로(28.77%), KG(30.67%) 등 일부 기업집단은 상대적으로 결제 비율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금 지급 속도 역시 개선됐다. 하도급대금을 15일 이내 지급한 비율은 평균 68.89%, 30일 내 지급은 86.68%로 집계됐다. LG, 호반건설, 엠디엠, GS, 삼성 등 5개 집단은 10일 이내 지급 비율이 70%를 돌파했다. 법정 지급기간(60일)을 초과한 지급 비율은 평균 0.13%에 그쳤다. 다만 한국앤컴퍼니그룹(8.98%), 대방건설(7.98%), 이랜드(7.11%)는 지급 지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업계에서는 현금 결제 비율 확대와 조기 지급 활성화가 납품 중소업체의 재무 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컨설팅 전문가는 “대금 결제 투명성 향상이 협력업체의 자금 숨통을 틔우는 한편, 공급망 전반의 신뢰도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도급대금 분쟁조정기구를 운용하는 사업자 수도 129개(전체의 9.3%)로 전기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편 온마인드(카카오), 우전(효성) 등 6개 사업자는 결제 불이행 등 사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도 대기업들이 하도급거래에서 현금 지급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공시제도의 취지를 살린 투명·신속 결제가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하도급거래 관행 개선 방향은 경제 전반의 유동성 상황, 법제도 정비 흐름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다음 분기 발표될 대기업집단 결제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