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기어가며 사과한 직원”…순천 다이소 갑질 논란이 남긴 과제
전남 순천의 한 생활용품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장면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감정노동자 보호와 ‘손님 우선’ 관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한 안내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이 과도한 사과 강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목격담이 나오며, 서비스 업종 노동자 인권 문제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실시간 순천 다이소 진상’이라는 제목의 영상과 함께 당시 상황을 전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다이소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여성 고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 여기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직원은 이어 고객이 자리를 뜨는 동안에도 무릎을 꿇은 상태로 기어가듯 따라가며 연이어 사과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게시물 작성자 A씨는 자신이 순천 소재 다이소 매장에서 상황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매장 출입문 인근에서 발생했다. A씨는 “아이가 매장에서 뛰어다니고 있었고, 출입문 쪽이라 직원이 다칠까 봐 ‘뛰면 위험해요’는 식으로 말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들은 아이의 엄마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항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영상 속에서 여성 고객은 “그래서 내가 아까 제지했다. 제지는 엄마가 한다. 직원이 뭔데 손님이 얘기하는데 이래라저래라 하나. 일이나 하지. 계속 애만 쳐다보고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직원에게 항의했다. 이후 “그만하라”며 자리를 벗어났지만, 직원은 끝까지 무릎을 꿇은 채 “죄송하다”고 반복해 말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A씨는 “엄마뻘 되는 직원한테 폭언하면서 컴플레인 건다고 협박했고, 직원이 무릎까지 꿇고 사과했다”고 적었다. 또 “분명 아이도 옆에서 보고 있었을 텐데 본인의 행동이 창피한 행동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며 “누가 봐도 직원의 잘못은 하나도 없었는데 왜 일하는 사람이 이런 굴욕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이 퍼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아이 안전을 위한 기본 안내까지 못 하게 하는 분위기” “손님이라는 이유로 직원에게 굴욕을 강요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현장의 정확한 대화 전후 맥락이 확인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감정노동자가 고객 민원에 노출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다수인 상황이다.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와 ‘고객 폭언 대응 매뉴얼’이 마련돼 있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무조건적인 사과와 굴욕적인 자세가 관행처럼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비스 업계에서는 “민원이 제기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직원이 선제적으로 과도한 사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는 증언이 반복돼 왔다.
논란이 커지자 다이소 측은 이날 입장을 내고 본사 차원에서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다이소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이미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매장 서비스 점검과 직원 보호 강화를 위한 전사적 케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직원에게 유급휴가와 전문 심리상담, 필요시 업무 전환, 형사 고소를 원하는 경우 법적 지원까지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단체와 누리꾼들은 해당 사례를 계기로 감정노동자 보호 제도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고객 폭언·갑질 상황 발생 시 인사상 불이익 없이 대응할 수 있는 내부 규정과, 현장 책임자의 개입 기준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건이 개인 간 갈등을 넘어 서비스 노동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고객 불만을 ‘무조건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매장 문화와 실적 중심 평가 방식이 현장 노동자에게 과도한 사과와 자기비하를 강요하는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경찰의 정식 수사 개시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이소가 형사 고소 등 법적 대응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추가 조치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매장 한켠에서 벌어진 짧은 언쟁을 넘어, 감정노동자가 언제든 ‘무릎 꿇는 사과’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라는 과제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