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오버파 부진”…매킬로이, US오픈 암울한 행보→집으로 향한 진심 고백
짧은 한숨, 무거운 눈빛. 오크몬트 그린 위에 선 로리 매킬로이는 어느 때보다 쓸쓸해 보였다. 현재 시즌 최고 성적을 약속했던 마스터스의 영광은 옅은 잔상만을 남기고, US오픈에서의 매킬로이는 기대보다 깊은 좌절이 더 어울렸다. 수많은 팬의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매킬로이는 고된 4라운드를 떠올리며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속내를 솔직히 드러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치러진 제125회 US오픈 3라운드를 마친 매킬로이는 10오버파 220타, 공동 49위라는 낯선 성적표를 받았다. 강한 바람과 빠른 그린, 매순간 미세한 집중력이 요구되는 코스 앞에서 그의 퍼팅은 잦은 실수를 반복했고, 아이언 샷에서도 흔들림이 컸다. 특히 최근 5월 PGA 챔피언십 공동 47위, 캐나다오픈 컷 탈락 등 이어진 부진이 인상적이었기에 이번 대회의 결과는 씁쓸함을 더했다.

경쟁자 샘 번스와의 타수 차는 14타, 우승권과의 거리는 사실상 멀어졌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매킬로이는 담담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더 잘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평범하다”고 했지만, 언론과의 거북한 거리감이 다시 표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 들어 매킬로이는 메이저 대회마다 공식 인터뷰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왔고, 이번 대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 골프채널은 최근 드라이버 페이스 이슈 등 매체 보도가 매킬로이의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SPN도 마스터스 우승 이후 동기 부여를 잃은 듯한 기색을 읽었다. 이에 대해 매킬로이 역시 개막 전 “이전 같은 열정으로 뛰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3라운드 진출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때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 가끔은 정말 4라운드까지 뛰고 싶은지 자문한다”는 말처럼, 그에게 대회는 과제가 아닌 부담이 됐다. 4라운드를 앞둔 그는 “4시간 30분 안에 마치고 집에 가고 싶다”며, 피로와 허탈함을 감추지 않았다.
팬들의 아쉬움 어린 시선과 달리, 매킬로이는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 조용히 재정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시즌 후반 예정된 또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 다시금 살아나는 그의 모습을 골프 팬들은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골프에서 한 번의 주저앉음은 오히려 또 다른 비약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US오픈의 여운은, 팬들과 함께 결실을 맺게 될 또 다른 내일을 조용히 예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