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위고비, 임상서 16% 감량”…노보노디스크 선도에 비만 치료제 시장 출렁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 치료제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최근 경구용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의 임상 3상 OASIS 4 결과에서 16.6% 체중 감량 효과와 주사제와 동등한 안전성을 증명하면서, 정제 형태 비만약 시장 진입이 본격화됐다. 업계는 이번 결과를 ‘주사제 독식 구조’가 흔들리는 분기점으로 보고, 경구 비만약의 수요 확대와 글로벌 경쟁 심화에 주목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5㎎를 64주간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 307명에게 투여한 결과, 위약 대비 평균 16.6%(복약률 완전 준수 기준)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복약지침 준수 여부와 무관하게도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평균 13.6%의 체중 감량을 보였다. 약 3분의 1(34.4%)은 체중의 20% 이상 감량에 성공했다. 다만 위약군은 2%대 효과에 머물렀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주 1회 주사 대신 하루 1회 복용하는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다. 기존 주사제 위고비와 동일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 아날로그 계열로, 혈당 조절과 포만감 증진 메커니즘을 그대로 적용한다. 이번 임상에서 위장관 부작용은 대체로 경미하거나 일시적이었다.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은 3.9%로 위약(8.8%)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났고, 주사제와의 안전성·내약성 차이도 보이지 않았다.
경구 제형의 등장은 고가·주사제 시장 중심이던 비만 치료제 업계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내 비만 치료제 실제 투여율은 2% 미만에 그치는데, 노보 노디스크는 “정제 출시가 환자 접근성과 복약 선호도를 크게 높일 것”이란 입장이다. 올해 4분기 미국 FDA의 신약 승인 결정이 기대를 모은다.
경쟁사인 일라이릴리도 먹는 비만약 ‘오포글리프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오포글리프론은 72주 투여 결과 환자 평균 체중이 12.4% 줄었고, 경구 세마글루타이드와 직접 비교 임상(ACHIEVE-3)에서도 혈당·체중 감소 양면에서 더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해외에선 경구용 GLP-1 계열 약이 아직 승인된 바 없어, 두 기업의 상용화·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경구형 비만 치료제의 보험 적용, 복약 순응도, 장기 안전성 등 쟁점이 남아 있지만, “주사제에 국한됐던 시장의 판이 확실히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와 오포글리프론 개발이 기존 치료방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시장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실제 시장 안착 속도와 공급망 안정, 규제 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